KMNEWS 창간 1주년 특집-메리다를 가다 제1회…멕시코-쿠바 한인후손 총연합회 행사
코미꼬 등 유명 한인 유튜버들의 참여로 더욱 풍성한 행사 치러내
한인 초기 이민자 사진속의 또다른 의미는?
멕시코 한인 후손들에게 있어서 5월은 상당히 의미있는 달이다. 1905년 5월 15일은 최초의 한국인 이민자들이 멕시코 유카탄(Yucatán) 반도 프로그레스(Progreso) 항구에 도착하여 이민역사가 시작되는 첫 날이기 때문이다.
멕시코 연방정부는 5월 4일을 한인 이민자의 날로 지정했고, 특히 유카탄주의 메리다(Mérida)시는 이 날을 한국의 날로 정했다. 이에 멕시코에 있는 한인후손단체들은 매년 5월마다 이 날을 기념하고 멕시코에 있는 현지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행사를 개최한다.
한인 이민역사의 뿌리는 메리다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재 메리다에 상주하고 있는 멕시코-쿠바 한인후손 총연합회(Alianza de descendientes coreanos México-Cuba)는 지난 11일과 12일에 걸쳐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로 119주년을 맞는 이 행사에서 한인 동포들도 참여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특히 유명 한인 재외동포 유튜버들도 함께해 행사를 더욱 빛내는데 큰 도움을 줬다. 강상철 유튜버, 김병선 유튜버, 황선환 유튜버가 그들이다. KBS 공채 개그맨 출신이자 1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김병선 유튜버는 11일, 강상철 유튜버는 12일 행사에서 하이라이트를 장식했고, 3명의 유튜버들은 메리다시의 한인 이민역사 유적지 등을 방문하면서 자신들 채널 시청자들에게 메리다시와 한인 이민역사 등을 소개했다. 또한 한국에서 유튜브를 제작하는 홍은하 PD, 올라투어 칸쿤(holatour Cancun) 주소연(엘리) 대표도 이틀 동안의 행사에 모두 참석해 119 주년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강상철 유튜버는 2020년부터 멕시코-쿠바 한인후손 총연합회 행사때마다 참석하여 도움을 줬다. 멕시코시티에서 라면로코(Ra-myon loco)라는 한인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강상철 대표는 매년 5월이 되면 메리다로 달려가 한인후손들과 멕시코 현지인들에게 한국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며, 한국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위와 같이 더 많은 한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강상철 대표의 공이 컸다. 강 대표의 제안으로 모두들 흔쾌히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메리다는 한인과 멕시코 한인 후손들에게는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장소이기도 하지만 멕시코 유명관광지이기도 하다.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해변, 지역 곳곳에 세노테(Cenote)가 있어 한낮의 무더운 날씨에도 세노테에서 수영을 즐기면 한낮의 더위가 모두 사라지는 곳이 바로 메리다다.
세노테는 쉽게 말하면 천연 물웅덩이라고 볼 수 있다. 주로 유카탄 반도에서 볼 수 있는데, 석회암이 침식하면서 자연적으로 동굴이 생기고 그 안으로 지하수가 흘러가 샘을 이룬 지형을 말한다. 밖에서 보면 작은 연못처럼 보이지만 수심이 30m까지 깊기 때문에 스쿠버 장비를 가지고 들어가는 여행객들도 종종 보인다.
강상철 유튜버를 비롯한 한인 동포들 그리고 KMNEWS는 지난 11일 오전 8시30분경 메리다 공항에 도착하여 울리세스 박(Ulises Park) 멕시코-쿠바 총연합회장의 집을 방문했다. 문 앞에서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해준 울리세스 박 회장(84)은 독립운동가 이종오 선생의 증손자이다.
한인 후손들과 아침식사를 마치고 간 첫번째 방문지는 메리다 한인 이민역사 박물관이었다.
1934년 한인 후손들은 이 건물을 매입하여 대한국민회 메리다 한인회관으로 사용했다가 2005년 한인 이민 100주년을 맞이하여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박물관에는 메리다에 있었던 한인들이 사용했던 여권 등의 서류와 그들의 삶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박물관 끝에 가보면 아래와 같은 큰 그림이 나타난다. 이 그림 하나로 멕시코 한인 이민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박물관 전시물을 모두 둘러본 후 당시 우리 한인선조들이 온갖 고초를 겪으며 피땀 흘려 일했던 에네켄 농장을 찾아갔다. 에네켄은 용설란의 일종으로 해당 식물에서 섬유질을 추출할 수 있어 스페인 식민지 시절 이전 마야 원주민들도 노끈, 밧줄, 해먹, 가방, 기타 생활용품 등을 만드는 데 사용했던 식물이다.
에네켄의 수요는 19세기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2336 )에 따르면 미국의 곡물회사인 맥 코믹사가 말 대신에 기계로 움직이는 밀 수확기를 발명하면서 밀의 생산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에 따라 생산된 밀을 포장하는 포대용 굵은 밧줄의 수요도 덩달아 증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노끈 제작에 필요한 에네켄은 멕시코 최대 수출 상품이 되었고, 원래 목축업이 흔했던 유카탄주에 점차 대규모 에네켄 농장이 들어섰다. 아울러 스페인 식민지 시기 이후 대토지 소유자와 그의 후손, 상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신흥부자들은 에네켄 농장을 소유하면서 에네켄 재배를 주도했다.
따라서 에네켄 잎을 자르고 밭의 풀을 제거하는 데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고, 노동강도도 높아 일본과 중국인력들이 들어왔으나 이내 중단됐다. 결국 한국인들이 1905년 에네켄 농장주들과 4년 계약으로 멕시코 유카탄땅을 밟게 된 것이다.
에네켄 농장의 한인들의 노동강도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새벽부터 해 질 녘까지 뜨거운 사막에서 가시 투성이인 에네켄 잎을 잘라내야 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채찍질이 가해졌고, 견디다 못해 도망쳤다가 붙잡히면 감옥에 갇혔다.
한낮 40도가 넘는 더위에 농장을 방문했던 KMNEWS도 서있기만 하는 것도 고통스러운 상황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무더운 날씨와 싸워가며 노동에 시달렸다는 것이 새삼 실감하게 했다.
아래 사진은 당시 우리 한인들의 고통을 절실히 보여준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단체사진 같아 보이지만 가슴 아픈 사실이 드러난다. 이 사진은 멕시코 한인 이민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사진인데 가장 왼쪽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두번째 남성은 나뭇가지를 의지한 채 앉아있다.
에네켄 잎은 가시가 박혀 있는데 그 가시가 상당히 날카롭다. 현지 설명에 따르면, 당시 농장의 에네켄은 위 사진보다 더 크고 촘촘하게 심어져 있었다. 일을 하다보니 날카로운 가시에 눈이 찔려 한쪽 눈을 실명하고, 한쪽 눈만 가지고 일을 하다 보니 거리감이 떨어져 그 마져 보이는 눈도 실명했다. 그래서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다닐 수밖에 없었다.
에네켄 농장방문을 모두 마치고 강상철 대표일행과 한인후손들은 멕시코-쿠바 한인후손 총연합회 기념행사장으로 향했다.
행사에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태극기가 배부됐고, 이어 국민의례와 함께 행사가 시작됐다. 멕시코와 한국 양국가의 애국가가 연주됐고, 행사 첫 순서는 ‘헤로니모’라는 다큐영화 상영이 있었다. 헤로니모는 스페인어식 이름을 가진 한국인 임천택 혹은 임조은 선생을 다룬 영화다. 임천택 선생 또한 1905년 2살 때 어머니를 따라 멕시코 유카탄에 도착했고, 이후 쿠바로 이주했다. 그는 쿠바에서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왔고, 이후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와 함께 쿠바혁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영화상영이후 현지 Kpop 댄스팀과 멕시코 코미디언들의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이 있었다. 그리고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우리에게 코미꼬로 더 잘 알려진 유튜버 김병선 개그맨의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이 이어졌다.
보통 스탠드업 코미디 하면 성인을 위한 코미디 공연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는 행사장의 어린 한인 후손들을 배려하여 참석자 모두를 위한 코미디공연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선 코미꼬는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의 공연은 물론 스페인어로 진행됐는데, 멕시코 한인 후손 어린이들에게 퀴즈식으로 질문하면서 한국문화, 한국어, 한국식 인사방법 등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질문을 맞춘 아이들은 김병선 유튜버가 준비한 선물을 받아갔다.
행사에 참석한 한국인과 멕시코 한인 후손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그의 공연을 즐겼고, 모든 사람을 위한 코미디를 펼쳐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의 코미디 공연은 추후 코미꼬 유튜브 채널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 날 행사 말미에는 울리세스 박 회장의 감사인사와 다음날 12일에 있을 행사내용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그리고 단체 기념사진 촬영을 끝으로 11일, 1일차 멕시코-쿠바 한인 후손 총연합회 행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다음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