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성 가짜다’ 명시한 CIA 기밀 문건 공개…소련이 국가 영웅으로 둔갑시켜
북한의 김일성이 사실은 가짜라는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런데 김일성을 가짜라고 하는 미국 정부 기밀 문건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관영매체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 한국어’가 한국시간으로 지난 6일에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1950년대 미국 정부 기밀 문건이 공개됐는데, 북한 김일성 주석을 ‘가짜’로 판단했다는 내용이다. 마적 출신 무명인사를 소련이 국가영웅으로 둔갑시켰다고 기술돼있다.
1952년 발행된 미국 정부의 기밀(Confidential) 문건은 북한 김일성 주석의 본명을 김성주로 소개하고 있다.
“한때 만주에서 마적 두목(bandit leader)으로 활동하며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성주는 1945년 10월 소련의 선전을 통해 뛰어난 조선인 애국자이자 민족 영웅으로 격상됐고 소련에 의해 조선 민족의 ‘탁월한 지도자’로 추앙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련군정은 그에게 ‘김일성’이라는 가명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1930년부터 1940년까지 만주와 조선 북부 지역에서 일제에 맞서 게릴라 활동을 벌이며 조선 전역에서 전설로 통하는 훨씬 나이가 많은 조선인(김일성)의 이름과 명성을 활용한 것”이라면서 김성주가 김일성으로 둔갑하게 된 과정을 상세히 묘사했다.
이 내용은 당시 미국 국무부 정보기관(Intelligence Organization)이 작성한 ‘국가정보조사집’의 ‘한반도’편에 실렸다고 VOA는 전했다.
지난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주요 인물 신상정보’를 소제목으로 하고 있는 이 문건을 기밀 해제해 일반에 공개했다.
CIA는 이보다 앞선 1949년 기밀 문건을 통해서도 김일성이 실제로는 김성주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문건이 한국에서 떠도는 내용을 담고 있는 반면 이번 문건은 김일성 등 북한 내 주요 인사 23명과 한국 내 인사 21명의 신상 정보를 상세히 기록, 미국 정보기관의 공식 자료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보이스오브아메리카는 밝혔다.
문건은 ‘진짜’ 김일성의 존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도쿄의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러시아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었던 실제 김일성은 1940년 이후 일본군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반면 비공산주의 소식통을 인용하며 “현재의 김일성(김성주)이 거친 성격을 지니고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성주가 “기민함과 타고난 지능, 친화력을 가지는 등 비공산주의 관찰자들의 일반적인 평가보다 더 진정한 힘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된다”고 덧붙였다.
문건은 김성주가 1945년 가을, 평양에서 열린 해방 축하 행사에서 유능한 조선 민족주의 지도자이자 비공산주의 정치인이었던 조만식에 의해 ‘김일성’으로 소개됐다는 당시 비화도 공개했다.
CIA는 자체 웹사이트에 정기적으로 기밀 해제 문건을 전자문서화해 게시하고 있다.
한반도와 관련해선 2만여 건의 문건이 게시돼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문건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현재 CIA는 한국전쟁 전후 김일성 주석의 삶과 1951년 신원 미상의 북한군 장교의 김일성 암살 시도 등을 담은 여러 건의 관련 문건을 기밀 해제해 공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