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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아버지 살인범에 대한 사면을 요청한 멕시코 몬테레이 시장

또다른 범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콜로시오 무리에타 대선 후보 암살 사건

1994년 3월 23일 멕시코 티후아나(Tijuana)에서 한 대선 후보가 유세를 마치고 자신의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총격을 받고 사망에 이른다. 그의 이름은 루이스 도날도 콜로시오 무리에타(Luis Donaldo Colosio Murrieta), 당시 여당인 제도혁명당(PRI)의 대선후보였다.

현재 제도혁명당은 선거연합을 해야 겨우 야당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 당이었지만 70년동안 장기집권을 했으며, 당시 그가 죽은 30년전만 하더라도 소위 말해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였고, 마약 카르텔들도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다.

보수 기득권층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현 멕시코 대통령도 제도혁명당 출신이었다.

지금의 멕시코 대통령 선거는 여야 모두 각 정당에서 여론조사 등의 경선을 거쳐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다. 내부적으로 어떤 일이 오가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현재 표면적으로는 상당히 민주적인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대통령 선출방식을 스페인어로 ‘코르촐라타(Corcholata)’라고 부른다.

그러나 무리에타 후보가 암살됐었던 때만 하더라도 현직 대통령이 후임자를 정했다. 이른바 손가락으로 지목한다는 스페인어로 ‘데다소(Dedazo)’라 불렸다. 당시 제도혁명당에서 대통령이 계속 배출됐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이 후임자를 정하면 그가 바로 대통령 당선인으로 생각되던 그런 시절이었다.

1994년 당시 대통령은 카를로스 살리나스 데 고르타리(Carlos Salinas de Gortari)였는데, 당시 나프타 협상으로 우리 한국언론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는 대통령이다. 그가 콜로시오 무리에타를 자신의 후임으로 지명했고 표면적으로는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무리에타 후보는 당내 개혁의지를 보였고, 당시 북미자유무역협정 나프타를 반대하는 등의 정치행보를 이어 나갔다. 그런 가운데 1994년 3월 23일 마리오 아부르토(Mario Aburto)라는 젊은이로부터 두 발의 총탄을 맞고 죽음을 맞이했다.

암살범 마리오 아부르토

그가 암살당한 것은 당내 기득권층의 불만을 사게 되어 제거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이 사건은 멕시코 정계에 큰 충격을 준 사건으로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에서도 다뤄지기도 했다.

당시 그에겐 아홉살 난 아들과 한 살짜리 딸이 있었다. 그의 아홉 살 난 아들은 장성했고, 그가 바로 루이스 도날도 콜로시오 리오하스(Luis Donaldo Colosio Riojas) 현 몬테레이(Monterrey) 시장이다.

그는 짧은 정치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 때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 후보를 위협하기도 했던 제3정당 시민운동(MC)의 막강한 대선후보이기도 했으나, 지난해 9월 대선 불출마 선언에 이어 같은 당 동지인 사무엘 가르시아(Samuel García) 누에보 레온(Nuevo León)주지사 부부를 위해 가르시아의 아내인 마리아나 로드리게스(Mariana Rodríguez)가 몬테레이 시장직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는 상원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요청한 리오하스 시장

콜로시오 리오하스 몬테레이 시장

콜로시오 리오하스 몬테레이 시장은 자신의 아버지 사건에 대해 발언을 자제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전면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지난 29일 리오하스 시장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이 사건 암살범인 마리오 아부르토의 사면복권을 요청했다. 그는 이 사면이 그의 가족과 멕시코가 상처에서 치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용서를 통해 화해를 향한 길을 시작하자”고 제의했다.

아부르토는 1994년 11월 42년 형을 선고받았다. 2004년 10월에는 형량이 징역 48년으로 늘어났지만 몇 차례의 항소 과정을 거쳐 45년으로 감형됐다.

하지만 그는 예상보다 빨리 석방됐다. 2023년 10월 고등법원이 정치인 암살 혐의로 받은 형을 무효로 하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3년 12월 멕시코 연방검찰이 해당 판결에 대한 재심청구를 했고 연방대법원(SCJN)은 검찰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콜로시오 리오하스 몬테레이 시장은 “우리는 이 문제를 내려놓고자 한다”며 “오늘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새로운 국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의가 실현되기 바라며, 그렇지 않다면 그에게 최소한 사면이라도 해달라고 AMLO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리오하스 시장은 3년에서 6년마다 자신의 아버지 암살사건이 정치적 목적으로 언론에 제기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또한 그의 아버지가 권력 기관에 의해 조직된 범죄의 희생자라는 증거가 있다면 연방검찰이 즉시 재수사에 나서고 억측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콜로시오 몬테레이 시장은 이어 “이 사건은 멕시코의 모든 사람들에게 불편하지만 특히 나에게는 조금 더 민감한 이슈다”라면서 “나중에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야 하는 문제인데, 이것은 확실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것은 정의가 실현되고,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최소한 용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문제가 계속 거론되고 있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기관에서도 그를 찾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AMLO 대통령은 리오하스 시장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30일 아침기자회견에서 콜로시오 무리에타 암살사건은 국가가 끝까지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그와 그의 가족이 이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것은 국가의 문제이며, 나는 조사를 계속할 것이며, 난 이 문제를 보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어 이 사건은 국가의 정치적 안정을 뒤흔들었다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가자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건에 또다른 범인이 있었다?

현재 이 사건은 두번째 범인이 있었다는 검찰의 최근 발표이후 언론에 다시 등장했다. 연방검찰은 당시 제도혁명당 대선후보 경호팀에 소속되어 있었던 정부 정보 기관인 시센(Cisen, Centro de Investigación y Seguridad Nacional)직원 호르헤 안토니오 산체스 오르테가(Jorge Antonio Sánchez Ortega)를 기소했다. 또한 헤나로 가르시아 루나(Genaro García Luna) 시센 부국장이 산체스 오르테가를 은닉 혹은 도피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새로운 범인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요청했지만, 판사는 이들의 연루 혐의에 대한 증거를 거부하고 이를 기각했다.

야당은 검찰의 콜로시오 사건 재수사를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AMLO 정부의 정치적 행보로 보고 있다. 야당 선거연합 FAM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제도혁명당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