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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자의 역사이야기-⑪ 고려는 왜 멸망했을까?

개국 제9회 이성계 4대 불가론

<사진: KBS 드라마 ‘태종이방원’ 우왕, 임지규 배우>

이제 우왕은 최영의 여식까지 자신의 후궁으로 맞이함으로써 자신의 지위 방어선을 굳게 지켰다.

왕이 되기 위해서는 부왕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더군다나 부왕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 어린 소년왕이 왕위에 오른다. 즉, 고아로 임금직을 수행한다. 권력에 눈이 먼 노회한 신하들을 상대하기에는 어린 왕은 너무 벅차다.

따라서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며, 지켜줄 집정대신이 항상 필요하다. 이것이 어린 왕들이 커가면서 살아남는 방식이다. 성인이 돼서도 이런 권력유지 방식을 취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권력유지 방식은 망국직전의 모습들이다. 지금의 고려의 모습이 그렇고, 우리가 즐겨 읽는 중국의 삼국지 후한 말, 신라말기, 조선 말기에 망해가는 과정도 이 모습이 보인다.

물론 예외적 경우도 존재한다. 이러한 예외적 경우의 왕들은 국가를 반석위에 올려놓거나 자신의 왕권을 강화한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어린 나이에 왕이 되어 프랑스를 유럽의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14세때 왕이 된 조선의 숙종, 그 나이에 섭정을 거부하고 바로 친정을 시작한다. 8살에 왕이 된 조선 성종도 친정을 시작하면서 조선의 안정기를 가져온다.

그러나 우왕은 앞에 설명한대로 이인임에게 아버지라고 부르거나 최영을 장인으로 삼으면서 살아남기에 급급했다. 망국기 임금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1388년 2월 명나라 사신으로 갔던 설장수가 고려로 돌아왔다. 명나라 홍무제의 생일 축하하기 위해 남경에서 돌아온 설장수는 명나라로부터 전해받은 외교문서를 고려조정에 전한다. 내용은 이러하다.

<철령의 북, 동, 서쪽은 옛날 개원(開原)에 속했으므로 그 토착 군민(軍民)인 여진(女眞), 달단(韃靼), 고려인(高麗人) 등을 요동이 통할하도록 하고, 철령의 남쪽은 예부터 고려에 속했으므로 인민(人民)은 모두 그 나라 관할에 속하도록 하라. 경계(境界)와 강역(疆域)을 바로잡으니 각기 지키도록 하며, 다시는 침범하고 넘어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즉, 옛 원나라가 지배했던 지역을 모두 명의 땅으로 귀속시키겠다는 뜻이다.

우리가 어릴 적 국사시간에 배울 때는 공민왕 때 수복한 원나라 직접지배지역 쌍성총관부를 명나라가 자신들의 영토로 귀속시키려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그 지역을 강원도 철령위라고 우리는 계속 배워왔다.

그러나 철령위는 강원도 철령위가 아니라 요동 철령위라는 학설이 제기됐다. 지난 2019년 세정일보는 인하대학교 고조선연구소의 정태상 연구교수의 주장을 인용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2019년 10월 정태상 교수는 국회 세미나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는데, 고려말에 문제가 된 철령이 강원도 철령이 아니라, 요동의 철령이라면, 고려말 명나라와 고려간의 국경이 압록강 이북 요동땅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일제강점기때 일본 학자들의 논문을 그 근거로 들었다. 쓰다 소우키치(1913년), 이케우치 히로시(1918년) 등 일본 학자들조차도 일제강점기 초기에는 ‘요동의 철령’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에서부터 조작했다는 것이다. 조선사편수회에서 발간한 총35권의 ‘조선사(1938년)’에서 ‘요동의 철령’을 압록강 이남 ‘강계(江界)’로 끌어내리고, 다시 조선사편수회 수사관(修史官)이자 경성제국대학 교수인 스에마츠 야스카즈(1941년)가 ‘강원도 철령’으로 굳혔다. 해방 후에도 조선사편수회 수사관보 출신 이병도 박사를 중심으로 스에마츠 야스카즈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이어 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사료상의 근거는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 고려의 사료가 아니라 ‘명실록, 명사, 요동지’ 등 중국측 사료이다. 명실록(1388.4.18) 등에 의하면 명나라 태조 주원장은 압록강까지는 고려땅임을 분명히 인정했다. 또한 고려에서 철령과 그 북쪽 땅이 고려땅임을 주장한 것에 대하여는 철두철미하게 고려가 ‘요동에 있는 철령’과 그 이북 땅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한 것으로 단정하고, 명은 이를 거부하는 외교문서를 고려에 보내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심기자의 역사이야기에서는 일단 철령이라고만 표현하도록 하겠다.

우왕은 편전에서 최영과 이성계를 불러 이 문제를 논의했다. 먼저 최영이 말했다.

-전하, 이번 기회에 명나라와의 국경문제를 정확히 매듭지어야 합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철령땅은 원래부터 우리 영토라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이번기회에 북진하여 우리 고려가 어떤 나라인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합니다!

-북진을요?

우왕은 귀가 솔깃했다. 최영은 말을 이었다.

-그러하옵니다. 전하. 현재 지금 요동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습니다. 소신이 보기엔 저들은 아직 북원과의 전쟁이 정리가 된 상태가 아닙니다. 단지 외교문서를 보내 우리 고려를 압박하기 위함이지 우리에게 군대를 보낼 여력은 없을 것이옵니다. 이번기회에 요동을 정벌하여 선왕께서 이루시지 못한 요동정벌을 이루심과 더불어 태조폐하때부터 추진했던 북진정책을 완성시키옵소서. 전하.

우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리고 이성계에게 질문했다.

-허면, 이성계 대감 뜻은 어떠하시오.

-신은 지금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전하.

최영은 놀랐고, 우왕은 미간을 찌푸렸다.

-좋소, 말씀해보시오. 이유가 뭐요.

-신, 이성계 전하께 충심으로 간청하겠나이다. 첫째로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공격할 수 없습니다. 현재 지금은 여름철 농번깁니다. 이때 군사를 일으켜서는 아니되옵니다. 셋째, 온 나라 군사를 동원하여 멀리 정벌하면, 왜적이 그 허술한 틈을 탈 것이옵고, 마지막 네번째는 지금 한창 장마철이므로 활은 아교가 풀어지고, 많은 군사들은 역병을 앓을 것이옵니다.

-이보시게 이성계 장군, 전하께 무슨 망발인가. 사대부와 지내더니 명나라와 한통속이라도 된겐가. 자네와 같은 무패장수가 왜 이리 나약해지셨나!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공격할 수 없다? 동서고금의 제국들도 다 작은 나라로 시작해서 큰 나라를 공격했네. 여름철 농번기? 군사를 일으킬 수 없다? 그건 적들도 마찬가질세! 자네말대로 우리가 작은 나라니 이때 기습을 노려 공격하면 될 것이고, 왜구가 몰려온다? 자네의 황산전투이후로 왜구들의 공격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네. 만약 그것이 걱정된다면 수비병력을 주둔시키면 될 것일세. 자네가 말한 네번째는 두번째와 같은 이치야! 적들도 마찬가지란 말이지. 그들의 활도 아교가 풀어질 것이고 군사들 또한 역병을 앓을 것일세. 바꿔 생각하면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문하시중 대감의 말도 일리가 있군요. 이보시요. 이성계 대감. 경이 생각하는 바 잘 알겠소. 그러나 과인은 결정을 내렸소. 과인은 그대가 요동을 함락시킨 것을 잘 알고 있고, 또한 선왕이 못다 이룬 대업을 이루면서 태조폐하때부터 우리의 과제인 고구려 영토 수복을 반드시 이루고 싶소. 이제 더 이상 이 일을 거론하지 마시오.

-하오나, 전하…

-이제 두 분다 물러가셔도 좋소이다. 이성계 대감, 한 번 더 내 앞에서 이 일을 거론하면 그 땐 용서치 않을 것이오.

이성계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편전을 나오면서 최영은 이성계에게,

– 더 이상 말씀 마시게. 자네는 우군 도통사에 임명될 것이야. 나와 요동으로 떠날 채비나 하시게. 흐흠.

우왕과 최영이 저렇게 나오는 이상 이성계도 더는 어찌할 수 없었다. 밤늦은 시각 이성계 집에 정도전, 정몽주 그리고 다섯째 아들 방원까지 함께 자리했다. 이성계가 먼저 질문했다.

– 두 분 선생께 어찌하면 좋을지 내 답답하여 이리 뫼셨소이다.

먼저 정도전이 입을 열었다.

-군사는 몇 명정도 징집될 예정입니까.

-5만 정도요.

-5만이라… 그렇다면 국가의 사활을 걸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회군을 한다고 해도 승산은…

그 때 정몽주가 화들짝 놀라며,

-아니, 삼봉 그게 무슨 소린가. 회군이라니!

-자네도 알겠지만 이 전쟁은 말이 안되는 전쟁일세.

이방원이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걸 염두해 두어 조정에서도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어머니와 동생들 대한 대비도 해야할 것입니다. 아버지. 이건 제가 방도를 찾겠습니다.

정도전이 말을 이어갔다.

-장군, 이번 기회에 요동을 정벌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장군이 결정하셔야 합니다. 만약 회군을 하시면 반역을 하시는 것이 되니 현 주상과 최영을 제거해야 합니다.

정몽주가 말렸다.

-이보시게 누가 듣겠네. 말씀 좀 낮추시게!

-자네도 잘 알지 않은가. 지금의 주상이 신씨인가 왕씨인가. 제대로 된 나라로 만들자는 말일세.

정몽주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또한 우왕이 신씨라는 것에 항상 의심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제대로 된 왕씨가 임금이 되길 바라던 사대부 중의 하나였다.

우왕과 최영이 독대를 하고 있다.

-전하, 소신은 출정하지 말라니요.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요동은 이성계와 조민수에게 맡기고 나와 같이 있어 주시오. 그게 어렵소이까.

<다음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