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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석 영화 ‘헤로니모’ 감독, “자신을 더 알아야 남을 더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헤로니모 안에 있었을 것 같다”

박래곤 협의회장, “지난 2월 한국-쿠바 수교를 맞이해 멕시코 동포들과 한인후손들에게 쿠바 한인후손 헤로니모를 소개하고 싶어 이 자리를 마련”

민주평통 중미카리브협의회, 영화 ‘헤로니모’ 상영회 개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미카리브협의회(회장 박래곤, 이하 민주평통)는 지난 29일 멕시코시티 한인회관에서 영화상영 행사를 개최했다. 이 날 상영된 영화는 ‘헤로니모(Jeronimo)’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이후 쿠바에 있는 한인들과 함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임은조(헤로니모)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이번 행사에는 가족들과 함께 멕시코를 여행하고 있었던 영화 ‘헤로니모’의 전후석 감독이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여 행사의 의미를 더했고, 영화상영 이후에는 참석자들과 전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행사를 주최한 박래곤 민주평통 회장은 인사말에서 “쿠바에 관심이 많아서 지금까지 쿠바의 한인 후손들을 만나기 위해 15번 정도 다녀왔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난 2월 한국과 쿠바가 정식으로 외교관계가 수립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제일 먼저 쿠바 한인후손들과 전후석 감독이 생각났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이어 “저보다 쿠바 한인후손들의 상황을 전후석 감독님이 더 잘 알고 있고, 여러분들에께도 쿠바의 한인후손 헤로니모에 대해 소개하고 싶어 이자리를 마련했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또한, “우리가 한인 후손분들을 도와줬다고 생각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많이 부끄러웠고 내가 그 분들을 도와준 것이 아니라 그 분들이 한국의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의 후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리 선조들의 겪었던 고통과 아픔으로 우리가 이 자리에 있게 됨을 절대로 잊지 않고 후대에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박래곤 회장에 따르면, 민주평통은 이 영화를 한국어 자막버전으로 준비했지만 전후석 감독이 멕시코 한인 후손들과 한인 동포들을 위해 스페인어 버전으로 영화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행사는 이종훈 민주평통 수석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 수석 부회장은 멕시코 한인 후손들과 한인 동포들을 위해 두 개의 언어(한국어↔스페인어)를 통역하면서 행사를 이끌었다.

영화상영행사에는 장원 재멕시코한인회장, 정상구 멕시코시티 시민경찰대장, 오영란 멕시코 한글학교장, 최진철 대사관 영사가 참석했다. 그리고 멕시코에 거주하는 헤로니모(임은조) 선생의 친척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그 밖에 멕시코 한인 동포들과 한인 후손들이 참석했으며, 멕시코시티의 퀴어축제로 교통체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영화를 관람했다.

한인회관에서 상영중인 영화 ‘헤로니모’/©KMNEWS

영화상영 전에 Kpop 커버댄스팀의 공연이 있었고 공연이 끝난 후 영화는 바로 시작됐다. 헤로니모 임은조 선생의 아버지는 임천택 선생으로 그가 2살 때인 1905년 멕시코 유카탄(Yucatán)에 도착하면서 임천택 선생과 한인들의 중남미 이민역사가 시작됐다. 그 후 임천택 선생은 1921년 쿠바로 이주했고, 대한민국 독립운동에 평생을 헌신했다. 그의 아들 헤로니모 임은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을 성공시켰고, 쿠바내 한인 후손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도록 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영화상영이 끝난 후 전후석 감독과 대화시간이 이어졌다. 전후석 감독은 “오늘 많은 분들이 오셔서 감사드리고, 행사를 주최한 민주평통에도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영화 상영후 전후석 감독(우)과 관객들의 대화가 이뤄졌다. 이종훈 수석 부회장(좌)이 진행과 통역을 하고 있다/ ©KMNEWS

전 감독에 따르면, 쿠바는 2015년에 여행했는데, 그 때 탔던 택시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놨다고 언급했다. 영화 제작기간은 3년, 2019년 한국에서 처음 개봉됐다.

전후석 감독은 “헤로니모라는 인물을 처음 알게 됐을 때 내가 갖고 있었던 정체성에 대한 고민, 그것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헤로니모라는 사람의 삶을 알게 되고 배우면서 이 사람은 반드시 영화로 만들어져야겠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쿠바 한인 후손의 삶과 역사는 멕시코 한인 후손의 삶의 역사와 뗄레아 뗄 수 없는 관계가 있기에 여러분들 앞에서 헤로니모를 상영할 수 있는 것이 더 없이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했다. 전 감독은 이어 “지난 5월 메리다(Mérida)에서 헤로니모가 한인 후손들과 함께 상영됐다는 소식을 들어서 더욱 기뻤다”고 소감을 전달했다.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전후석 감독은 완벽하게 일반화를 할 수 없지만 쿠바 한인들은 세대는 크게 3분류로 로 나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세대, 2세대들은 조국을 떠나왔다는 기억을 가진 세대로 조국을 그리워하는 마음, 조국을 염원하는 마음을 가졌기에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한 기억이 있는 세대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조국과의 연결성을 중요시한다.

3~4세대는 쿠바혁명세대에 속한다. 전 감독은 모든 공산혁명세대가 그렇듯 이 세대들은 자신의 민족 정체성 보다는 공산주의로서의 정체성을 강요받으면서 자라난 세대라고 지적했다.

세번째는 5~6세대로 BTS 등 한국의 한류대중문화를 접하다가 자신이 한인 후손임을 깨닫고 한국을 더 알고 싶어하는 세대라고 전 감독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쿠바 한인 후손 1~2세대의 경우 한국어 사용이 서툰 편이며, 3-4세대는 한국어를 잊어버렸고, 5~6 그리고 7세대로 갈수록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감독은 그러면서 후손들이 점점 더 한국인의 모습에서 멀어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디아스포라의 생명성에 감탄했다고 밝혔다.

전후석 감독은 “헤로니모가 가지고 있었던 사랑이 어디에서 나왔는가 이것이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헤로니모가 왜 사람들을 돌보고 쿠바 한인후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 하면서 정체성을 찾게 하려는 마음들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것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론을 찾았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그가 생각했던 것은 ‘대한민국이 최고’라는 편협한 애국심이 아니라 그것보다는 훨씬 더 깊은 차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자신을 더 알아야지 남을 더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헤로니모 안에 있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전후석 감독은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그것으로 인해서 한국을 전혀 몰랐던 후손들이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며 살아가도록 하는 것, 이것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