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한인 배우 박서영, 한인 이민자 삶 다룬 연극 출연
▶ ‘하트 셀러’에서 제인 역할로 코믹연기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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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연극계에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박서영 배우가 ‘롱 크리스마스 디너’에 이어 새로운 작품에 출연했다. 이번에 박 배우가 공연하는 ‘하트 셀러(The Heart Sellers)’는 아시아계 이민자 삶의 이야기를 코믹하고 재미나게 풀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을 쓴 희곡작가 로이드 서는 한인 2세 작가로 한국인이나 중국인 등 아시아인들이 미국 이민사회에서 겪는 여러가지 일들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의 대표 작품으로는 ‘아메리칸 환갑(American Hwangap)’, ‘차이니즈 레이디(Chinese Lady)’, ‘파 컨트리(The Far Country)’ 등이 있다.
‘하트 셀러’라는 제목에서 말해주듯 해당 작품은 1965년 시행된 ‘하트-셀러 법(Hart–Celler Act)’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법으로 인해 1920년대부터 국적에 따라 이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이 폐지됐다. 이전에는 미국이 주로 백인 유럽국가들인 서유럽이나 북유럽 이민자만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1965년 이 법이 시행됨으로써 남부 및 동유럽인들과 아시아인들에게도 미국 이민의 기회가 주어져 이민자에 대한 국적 차별이 폐지됐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73년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다. 필리핀인 루나와 한국인 제인은 식료품점에서 만나 루나의 집에서 와인을 마시고 칠면조를 먹으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의 남편들은 명절인 추수감사절임에도 불구하고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아내들과 시간을 보낼 겨를이 없다.
그들은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디스코 댄스, 운전 배우기, 디즈니랜드 방문 등 기회의 땅에서 아메리칸 드림 실현을 꿈꾸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제인은 남편과 미국에 이민온 지 얼마안 된 한국인이다. 따라서 이민온 지 오래된 루나보다는 영어사용이 조금은 서툴다. 초반에 이러한 설정이 언어 소통에서 오는 어려움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박서영 배우는 미국에 온 지 얼마안 된 한국인이 사용하는 영어의 억양과 발음을 잘 살려내 한인 관객들에게도 공감대를 끌어냈다.
박서영 배우는 팔색조 매력의 소유자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멋진 연기변신을 보여줬다. 지난해 박 배우의 작품 ‘롱 크리스마스 디너’에서는 우아한 연기를 선보였다면, 이번 연극에서는 제인이라는 인물로 상당히 코믹스러운 모습을 펼쳤는데, 표정과 동작만으로도 관객들에게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시카고 유력 일간지인 시카고 트리뷴도 박서영의 연기를 높이 평가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박서영이 한국계 출신 배우로 이번 작품에서 코믹 연기에서도 재능있는 모습을 보여 상당히 매력적이었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그의 연기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체적으로 코믹하고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지만, 중간 중간 이민생활의 애환을 전달해줌으로써 연극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도 볼 수 있었다. 아시아 이민자, 유럽 이민자인 것을 떠나서 미국에 정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민자들이기에 제인과 루나의 모습에 관객 모두가 공감하며, 함께 울고 웃었다.
박서영 배우는 연극이 끝난 후 본보에 이같이 밝혔다.
“한국인 배우가 미국 무대에서 한국인 역할을 연기하는 것은 여전히 드문 일입니다. 이는 미국 내 소수 인종, 특히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 많지 않기 때문인데요. 한국계 미국인 작가 로이드 서(Lloyd Suh)의 The Heart Sellers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단비같이 소중하고 특별한 작품입니다. 이번 공연에서 한국인 이민자 제인(Jane)으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이 작품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당시 미국으로 이주한 분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특정 세대나 인종을 넘어, 많은 여성들, 소외된 사람들, 그리고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분투하는 모든 분들에게도 깊이 와닿을 수 있는 연극입니다.
공연을 보러 오셔서 함께 웃고, 울고, 마음을 나누며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Northlight Theatre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