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파나마 운하 장악, 어디까지 왔나?
지난 2020년 3월 11일 미 남부사령부 사령관 크레이그 팰러 제독은 국방부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은 분명히 우리 이웃에서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지리적 이점을 얻으려 하고 있으며 이는 파나마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나마가 미국의 전략적 동맹국이며, 중요한 자산인 파나마 운하는 핵심지역이라고 강조했다. 팰러 제독은 그러면서 이전 파나마 정부와 중국 공산당이 약 40개의 협정을 맺고 운하 양쪽에서 여러 건의 항구 계약을 체결했다고 언급했다.
파나마 운하는 매달 1,000척 이상의 선박과 4천만 톤 이상의 상품이 통과하는 중요한 경제 및 전략적 동맥으로, 세계 해상 무역의 약 5퍼센트를 차지하는 곳이다. 상업 교통량의 3분의 2가 미국으로 연결되는 이 운하는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미 해군이 대서양과 태평양을 오가는 선박과 잠수함을 이동하는 중요한 경로로, 특히 동아시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도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파나마 운하의 소유권이 미국에서 파나마로 넘어간 1999년 밥 스미스 당시 공화당 상원의원은 운하 양쪽 끝의 항구가 중국의 통제에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과 연계되며, 홍콩에 본사를 둔 허치슨 왐포아가 태평양 쪽의 발보아와 대서양 쪽의 크리스토발 항구를 운영하기 위해 장기 임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군이 철수하고 대마약 및 방위 작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하워드 공군 기지와 같은 전략 기지가 폐쇄된 후 파나마의 운하 확보 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스미스 의원은 그러면서 계약에 대한 중국의 뇌물 수수 혐의, 항만 관리 입찰 과정의 비리, 스파이 및 범죄 활동을 지적하며 위험의 심각성을 더욱 강조했다.
중남미 지역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13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기업들이 40개 이상의 항구를 통제하고 있으며, 20개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나마는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1년 만인 2018년에 서반구에서 최초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동참한 국가다. 현재 파나마 운하 양쪽 끝의 항구는 중국 공산정권과 연결된 회사들이 운영하고 있으며, 파나마의 통신 인프라는 화웨이가 장악하고 있다.
운하의 대서양 입구 근처에 있는 마르가리타섬은 중국 샨동에 본사가 있는 랜드브리지 그룹에 임대되어 현지의 감독을 벗어난 자유무역항으로 개발됐다. 랜드브리지의 회장은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의 일원이다.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는 해외에서 선전과 영향력 행사를 벌이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
원래 미국이 건설하고 운영했던 파나마 운하는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체결한 두 개의 조약에 따라 파나마로 이관됐다. 조약에 따르면, 파나마는 운하를 중립적으로 운영할 의무가 있고 미국은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운하에 개입할 수 있다. 1999년에 완전한 통제권이 이양됐지만 조약에 따라 미국이 수로를 방어할 권리는 보존됐다.
파나마 운하의 영구적 중립 및 운영에 관한 조약에 따르면 미국은 중립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운하를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사용할 수 있으며 미국의 지속적인 접근을 보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이 운하에는 중국 군인은 없지만 민간인 복장을 한 중국 요원이 활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중국이 글로벌 분쟁 중에 운하를 통제하거나 폐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 우려와 파나마의 명백한 조약 위반을 이유로 운하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 회복을 주장했다. 그는 운하에서 중국 정권의 존재를 제거하기 위한 외교적 압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필요한 경우 군사적 행동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