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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사법부 개혁안…체육관 선거로 손쉽게 하원통과

시위에 참가한 사법부 직원들, “대학 갓 졸업한 5년 경력의 법대생들도 선거이기면 법관될 수 있다”우려

야당 의원들, “이 체육관은 가짜를 위한 불명예 자리”…전부 반대표 던져

판사직선제를 주내용으로 하는 사법부 개혁안이 멕시코 연방하원의회를 통과했다. 표결결과는 359표 찬성, 반대 135표, 기권 0표로 나타났다. 의결정족수 3분의 2를 손쉽게 통과했다. 멕시코 하원은 이 사실을 오늘(4일) 아침 엑스 계정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에 하원에서 통과된 개헌안은 헌법 제95조를 개정하여 판사, 치안판사, 대법관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법관의 임기는 15년에서 12년, 대법관의 숫자도 11명에서 9명으로 줄인다.

현행 헌법상 연방대법원(SCJN)장은 대법관들이 선출한다. 그러나 통과된 개헌안에 따르면, 선거에서 각 후보자가 얻은 득표수에 따라 2년마다 순번제로 연임하되, 최다 득표자에 해당하는 사람이 대법원장이 된다.

사법부 행정과 판사의 업무 수행을 감독하는 연방사법위원회(CJF)의 조직변경이 있을 예정이다. 변경된 개혁안은 사법위원회를 사법징계재판소와 사법행정기구의 두 기관으로 분리한다.

사법징계재판소는 행정 기능, 법관 경력, 내부 통제 및 사법부 예산을 관할한다. 사법행정기구는 임기 6년으로 임명된 5명으로 구성된다. 연방정부가 1명, 상원이 1명, 연방대법원이 3명을 임명한다.

이번에 하원에서 실시한 사법부 개혁안에 대한 표결은 본회의장에서 이뤄지지 못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1969년 아시아의 한 정치 후진국처럼 시위중인 사법부 직원들이 하원을 봉쇄했다는 이유로 체육관에서 실시됐다.

해당 소식을 전한 언론사 엘파이스(El país)에 따르면, 연방 하원의원들은 자신들의 의회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스포츠 센터 체육관에 모였다. 리카르도 몬레알(Ricardo Monreal) 하원 원내대표는 “이 장소가 공연을 위한 장소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 체육관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해당 체육관은 돔형경기장으로 건물 밖에서는 대학생들이 집권 여당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밤새 시위를 벌였다.

엘파이스는 체육관 중앙에는 500명의 의원들을 위한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 몇 개가 배치되어 있었으며, 지붕은 시트지로 덮여 있었고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관람석에는 취재진들이 자리잡았고, 전기나 인터넷 콘센트도 없었다고 엘파이스는 전했다.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였고, 몇 시간이 지난 후 의회 직원들은 의원들을 위해 물과 청량음료, 빵 롤, 과일, 커피를 제공했고, 나중에는 타코, 피자, 샌드위치, 케이크 등 음식과 연사를 위한 스피커와 강단도 도착됐다.

3일 오후 4시반 표결 전 회의가 시작됐다. 국민행동당(PAN)의 마리아 감보아(María Gamboa) 의원은 “이곳은 토론을 위해 설계된 장소가 아니고,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다”라면서 “그들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 장소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엑토르 테예스(Héctor Téllez)의원은 “이 곳은 완전히 가짜로 만들어진 불명예의 자리며, 우리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행동당의원들은 “저항, 저항!”을 여러 번 외쳤고, 일부의원들은 ‘정의 없이는 미래가 없다’와 ‘나는 저항이다’라고 적힌 배너를 가지고 회의장 앞에 나서기도 했다. 모레나의 기예르모 로드리게스(Guillermo Rodríguez) 원내 부대표는 “여러분은 저항이 아니라 이 나라의 퇴폐”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여권연합 원내대표 리카르토 몬레알(Ricardo Monreal)의원은 “기득권 집단의 지도자는 사법부가 입법부의 기능을 빼앗아 로페스 오브라도르(López Obrador) 정부가 추진한 여러 개정안을 뒤집기 위해 심각한 간섭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판사들이 우파의 도구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법부는 법관정부를 설립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몬레알 의원은 “사법부는 제3의 입법부가 됐다. 그들(우파)은 기술적 쿠데타를 시도했다. 멕시코는 세계의 모범이 될 사법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결이 진행된 체육관안에서는 헬멧과 방패를 든 수십 명의 멕시코시티 경찰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다. 사법부 개혁안은 통과됐고, 여권연합은 환호했다. 표결이후 몬레알 원내대표는 “국민은 모자와 가운의 독재, 판사 정부에 지쳤다.”고 발언했다.

야당인 국민혁명당, 제도혁명당(PRI), 시민운동(Movimiento Ciudadano)은 예고한 대로 반대표를 던졌다. 그리고 통과된 개헌안은 상원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상원에서도 개헌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데, 여권연합이 이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의석수 1개만 확보하면 되므로 엘파이스는 이 또한 쉽게 비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es Manuel Lopez Obrador) 대통령은 이 사법부 개혁안이 법원 공무원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오히려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직원들은 이 개혁안이 자신들의 권리와 노동 조건을 침해하고 사법 경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법부 직원들이 개혁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판사를 대중선거에 맡기면 사법부 내에서 경험을 쌓고 직급을 올리는 훈련과 능력 중심의 사법경력경로가 종식된다는 것이다. 판사가 되기를 열망하는 15년이상의 법조경력자들이 있고, 그들은 여러 준비과정을 거쳤는데, 이 개혁으로 인해 준비되지 않은 판사들이 대중선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사법부 직원들은 우려했다. 5년 경력의 법대 졸업생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고 과반수 득표만 하면 치안판사나 법관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시위대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