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파리 올림픽 특수 ··· 숙박시설 절반 이상이 공실
각 국가들이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려는 이유는 그 나라의 국가 이미지. 브랜드 홍보의 의미도 있지만 자국민들에게는 관광특수호황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파리 올림픽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한인언론인협회 기관지인 동포저널이 한국시간으로 지난 2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24 파리올림픽은 테러 위협, 치안 불안, 세느강 수질, 노숙자 문제, 고물가, ‘노 에어컨’ 등의 이슈로 시작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치솟은 숙소 가격이었다.
지난해부터 프랑스 파리 도심의 3성급 호텔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 숙박비를 최소 700유로 이상으로 올렸다. 평소 가격의 3배 이상으로 상승한 것이다. 공유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집을 임대하려는 사람들이 급증한 것이다.
5월 기준, 파리와 수도권 지역의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 수는 13만 4천 개로, 1년 전 6만 7천 개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올림픽 특수를 노린 등록 숙소 수는 올해 2월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
르 몽드에 따르면, 파리 시내에 아파트를 보유한 한 가족은 지난해 5월, 방 3개짜리 집을 1박에 800유로(약 120만 원)로 책정해 에어비앤비에 올렸고, 이틀 만에 예약이 완료되었다.
그러나, 너도나도 에어비앤비에 집을 내놓으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 집을 숙소로 바꾸는 일까지 벌어졌으며, 경쟁이 심해지자 집 수리와 가구 교체 등의 투자도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숙박료는 평소의 3~4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세느강변의 고급 아파트 입구에는, “당신의 집을 비싼 가격으로 임대해 주겠다”는 부동산 광고가 나붙기도 했다. 올림픽 기간에 휴가를 떠나 있으면 그 기간동안 자신들이 숙박을 관리해 몇 배의 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지금, 13만 4천 개의 숙소 중 절반 이상이 공실 상태다. 지난 3개월 동안 에어비앤비에 신규 등록된 숙소만 1만 5천 개에 달하지만, 예약률은 저조하다. 올림픽 기간 동안 1,500만 명이 파리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방문객 수는 그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동포저널은 전했다. 이는 테러 위협, 치안 불안, 고물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공급 과잉으로 인해 상당수 숙소가 비어 있다. 올림픽 기간 파리의 에어비앤비 예약률은 46%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 59%였던 예약률보다도 낮다. 이에 따라 파리의 에어비앤비 평균 숙박료는 매주 하락하고 있다. 한 부동산 평가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에 1박당 평균 990유로(약 150만 원)였던 숙박료가 이번 달 들어 절반인 500유로 수준으로 급락했다.
관광 숙박시설 마케팅 전문 업체 ‘옵티렌탈’ 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올림픽 기간 숙박 가격은 평상시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가을 프랑스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 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옵티렌탈’ 그룹 측은 “재고가 많이 남아 있어 숙박 제공업체들이 막판 세일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다면 가격을 대폭 낮추라고 조언한다. 일간 르 몽드에 따르면, 한 집주인은 지난 1월 1박에 350유로로 에어비앤비에 올렸으나 예약이 없자 220유로로 낮추었지만, 여전히 예약자를 찾지 못했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투기의 꿈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여름 급등했던 숙박료는 9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는 각종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가 영향을 미친 결과다. 높은 숙박료를 본 많은 이들이 파리 관광을 포기한 것이다.
호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호텔 객실 예약률도 70%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일찍 예약한 사람들이 가장 비싼 값에 방을 예약했지만, 오히려 올림픽 개막이 임박한 시점에 예약한 사람이 더 적은 돈을 지불하는 상황이 됐다.
올림픽 시작과 함께 호텔 숙박료는 더욱 하락할 전망이며, 에어비앤비에는 ‘빈 방 있습니다’, ‘급매물’ 같은 딱지가 붙은 숙소들이 넘쳐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당 매체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