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자의 역사이야기 열 여덟번째
일 혹은 일터를 뜻하는 또다른 스페인어 ‘참바’라는 단어는 어디서 왔을까?
심기자의 역사이야기 이번에는 여말선초라는 시대와 공간을 옮겨 멕시코로 가보고자 한다. 필자가 스페인에 있었을 때 ‘일, 근로, 노동’을 뜻하는 단어는 스페인어로 ‘trabajo’라고만 배웠다. 맞춤법 규정을 어겨서 발음을 한글로 적어보면 ‘뜨라바호’다. 그런데 멕시코에 살면서 생소한 단어를 들었다. 바로 ‘Chamba(참바)’다.
당연히 멕시코 생활이 얼마되지 않은 필자 입장에서는 ‘참바’라는 단어는 전혀 이해 못했을 뿐더러 문장속에 모르는 단어가 들어오면 필자는 그 단어가 포함된 문장 전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다행히 옆의 누군가가 참바는 트라바호라고 알려줘 참바라는 단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던 단어다.
‘참바’라는 단어는 어디서 유래됐을까?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단어의 기원은 1940년대로 보는 것이 다수설이다.
이 이야기는 1940년대 브라세로 프로그램(Programa Bracero)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라세로 프로그램은 1942년 8월 4일 미국이 멕시코와 농업노동협정을 체결하면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멕시코 농업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주택, 식량 등 적절한 생활 조건과 시간당 30센트의 최저 임금을 보장하고 강제 징병으로부터 보호하며 임금의 일부를 멕시코의 민간 부문 저축 계좌에 입금하는 것을 보장했다.
멕시코인들은 미국과 접한 북쪽 국경지역에서 일을 했고, 근로계약이 만료되면 ‘상공회의소’ 사무실에 가서 취업허가를 갱신해야 했다. 상공회의소를 영어로 풀면 ‘Chamber(챔버)’다. 따라서 멕시코인들은 취업허가를 갱신하기 위해 ‘Voy a la chamber(보이 아 참베르)’ 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나는 참베르에 간다.’ 물론 이 말에는 일을 계속한다는 뜻도 내포한 것이다.
참베르는 음성적 변화를 거쳐 구어체에서 ‘참바’로 단순화되어 일터 또는 일하는 행위를 지칭하게 됐고, 현재는 멕시코에서 상당히 일상화된 언어로 자리잡았다.
이 용어는 멕시코 어휘집에도 수록돼 있고,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국가들에도 퍼져나갔다. 왕립 스페인어 아카데미(RAE)는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및 중앙 아메리카 전역과 같은 국가에서의 사용을 반영하여 ‘참바’를 고용, 일 또는 직업의 동의어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