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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석방…미국과의 형량 협상에서 유죄인정 

줄리안 어산지가 자유의 몸이 됐다. 영국 BBC가 현지시간 지난 2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위키리크스’ 측이 수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어산지가 미국 당국과의 형량 협상에서 유죄를 인정한 뒤 수감 생활을 이어가던 영국에서 석방됐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과거 미국 정부의 국방 정보를 입수하고 공개하려는 음모를 꾸민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수년간 미 당국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관련 정보를 폭로한 위키리크스의 파일이 여러 목숨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5년간 영국의 교도소에 수감됐던 어산지는 미국으로의 송환을 막고자 싸워왔다.

미국 CBS 뉴스에 따르면 어산지는 이미 영국 교도소에서 수감된 기간을 형량으로 인정받아 미국에서 따로 형을 살지 않을 예정이다.

미 법무부의 서한에 따르면 어산지는 고국인 호주로 돌아간다.

위키리크스 측은 X(구 ‘트위터’)를 통해 어산지가 작은 감방에 갇힌 지 1901일 만인 지난 24일 영국 벨마쉬 교도소를 떠났다고 밝혔다. 이후 “오후쯤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자유의 몸이 돼 영국을 떠나 호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위키리크스는 영상 하나를 공개했는데, 청바지와 푸른색 셔츠 차림의 어산지가 스탠스테드 공항으로 이동하는 듯한 모습이다. BBC는 이 영상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어산지의 아내인 스텔라 어산지는 X를 통해 “오늘의 일을 현실로 이루고자 수년간 움직여준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1가지 혐의에 대한 유죄만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어산지와 미 당국 간 이번 합의는 오는 26일 미국령 북마리아나 제도의 법원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태평양에 자리한 외딴 지역인 이곳은 하와이나 미 본토에 자리한 연방법원보다 어산지의 고국인 호주와 더 지리적으로 가깝다.

미 검찰은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미군 기록과 외교 메시지 유출을 문제 삼아 어산지에 ‘스파이 법’ 위반 등 18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기고자 했다.

지난 2006년에 어산지가 설립한 위키리크스는 문서 1000만 건 이상을 공개했는데, 이에 대해 미 정부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밀 유출 사건 중 하나”라고 묘사한 바 있다.

위키리크스는 지난 2010년 미군의 헬기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로이터 통신’ 소속 기자 2명을 포함한 이라크 민간인 십여 명을 살해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어산지의 가장 유명한 협력자인 미 육군 정보 분석가 출신 첼시 매닝은 징역 35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 의해 2017년 감형됐다.

어산지는 스웨덴에선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어산지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온 어산지는 이 스웨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미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며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간 망명 생활을 이어갔다.

2019년, 스웨덴 당국은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며 사건을 취하했지만, 어산지는 영국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이후 스웨덴으로의 송환을 위해 법원에 자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랜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동안 어산지는 대중 앞에 수년간 거의 모습을 드러낸 바 없었다. 2021년 교도소에서 뇌졸중을 앓는 등 건강상 여러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