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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셰인바움 정부, 앞으로의 한국, 멕시코 관계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결국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현재는 당선인 신분이고 오는 10월 1일 공식적으로 대통령에 취임한다. 올해 특별히 이 날은 멕시코 국경일로 지정됐다.

한국언론들, 유튜브 등에서 ‘마초국가’운운하며,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당선만을 보도하고, 그 나라 정치전망에 대해 다룰 때, 우리는 좀 더 중요한, 한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해 전망해 보도록 한다.

AMLO 정부의 후계자 혹은 2기 AMLO 정부라고 불리는 셰인바움 당선인은 대통령이 돼서도 AMLO 정부의 모든 정책을 수용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그 동안 한국에 취했던 입장을 살펴보면, 셰인바움 당선인의 한국에 대한 외교정책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 들어서 한국과 멕시코의 관계는 민간차원의 교류는 증가한 반면 정부간 교류, 정치적 교류는 퇴보됐다고 볼 수 있다. 주멕시코 대한민국 대사관(대사 허태완) 기관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한국의 진보, 보수정부 할 것없이 2016년 박근혜 대통령까지 모든 대통령이 빠짐없이 멕시코를 방문했다. 이 시절 멕시코 보수야권이 정권을 유지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2018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당선됐다. 89년만에 멕시코에 들어선 진보성향의 정권은 ‘4T변혁’이라는 구호로 이전 정권의 악습, 관행, 정책들을 고쳐 나가기 시작했다.

2022년은 한국과 멕시코 수교 60주년 되는 해였다. 당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멕시코에 방문할 수도 있었지만 방문하지 못한 채 친선의 편지를 AMLO 대통령에게 보낸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서한에서 한국과 멕시코가 1962년 수교 이래 우호 협력 관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으며, 2005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을 토대로 양국 협력이 지속 확대되고 있음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과 멕시코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10년이 되도록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강조했고, 1년안에 자유무역협정, FTA를 타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AMLO 대통령은 답장은 다분히 교과서적이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이하여 축하 서한을 보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한국과 멕시코가 지난 60년간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서 긴밀한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고 평가했다. 또한 AMLO 대통령은 우호와 연대 그리고 상호 존중에 기반한 양국 공동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거대한 시대적 도전에 맞서 한국과 멕시코 국민을 위한 더 나은 미래지향적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과 멕시코에 가장 큰 이슈는 FTA다. 그러나 AMLO 대통령의 서한에는 한멕자유뮤역협정(FTA)에 대한 내용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부터 윤석열 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멕시코를 방문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 멕시코를 방문했던 한국의 최고 고위직은 김진표 당시 국회의장이 전부였다.

지금까지 AMLO 정부에서 타국가와 FTA를 체결했다는 것은 기자가 멕시코 정치를 접하면서 들어본 적은 없었고, 멕시코 현 대통령은 타국가를 방문하면서 아메리카 대륙을 벗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AMLO 대통령은 국민행동당(PAN)이나 제도혁명당(PRI) 등의 보수야권을 비판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부패한 보수주의 기득권 집단’이라는 것이다. 진보성향 민족주의 정권의 핵심인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신자유주의를 부패한 기득권과 연결시켰다.

신자유주의를 발현시키는 정책으로는 다양한 것이 있겠지만 자유시장경제중시, 노동시장유연화 그리고 FTA다. AMLO에게는 신자유주의 그리고 FTA는 부패한 보수주의 정권에서나 행하는 정책인 것이다.

지난해 7월 멕시코 연방상원에서는 한국-멕시코 친선그룹 대표인 세실리아 마르케스 모레나 연방하원의원 주도로 한국-멕시코 FTA 포럼이 개최됐다. 기자도 이 행사에서 바트레스 멕시코시티 시장, 바르세나 외무장관, 라켈 산체스 경제장관이 참석한다고 하여 협상에 지지부진한 FTA에 대해 질문을 하기 위한 들뜬 마음으로 행사장에 들어갔으나 그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기자가 준비해온 질문이 무색해질 뿐이었다.

그 후 한달이 지난 8월 멕시코 정부는 멕시코는 멕시코와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되는 392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이 법령에 따라 철강과 관련 제품 등 총 201개 품목의 관세율이 종전 10%에서 25%로 상승했다. 내년 7월말까지 이 조치가 적용될 예정이다. 멕시코 경제부는 자국 업체 육성을 통해 내수시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수정안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즉 나프타 체결 국가들이나 멕시코와 FTA를 체결한 일본의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이와 관련하여 멕시코와 아무런 통상조약이 없는 우리나라 기업들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문제는 지난해 11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멕시코에 방문했을 때 각 지상사들의 큰 이슈였고, 하루라도 빨리 한-멕 정부간의 FTA가 체결되기를 강하게 건의했다.

지난해 멕시코 아카풀코는 허리케인 오티스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멕시코 정부는 외무장관을 한국으로 파견하여 한국정부에 피해복구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FTA 협상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AMLO 대통령에게 한국은 딱 여기 까지다. 자신이 악마화 한 신자유주의의 산물인 FTA는 할 수 없고, 나쁜 나라 같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에 도와달라면 도와줄 것 같은 나라 그런 정도일 뿐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외교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자신과 정치성향을 같이 하는 국가들과의 활발한 교류가 전부이다. 현직 국가원수든 전직 국가원수든 가리지 않는다. 이번 대선에서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도 멕시코에 방문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멕시코 셰인바움 정부의 한국에 대한 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권기간동안 니어쇼어링 혜택을 확실하게 본 나라다. 그로 인해 경제는 성장했고, 슈퍼페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환율 또한 하락했다. 이제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제조업 강국이 됐다. 그런데 자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한다며수입대체전략을 기본으로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모레나 당내에서 셰인바움 당선인의 경쟁자였던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전 외무장관은 한국과의 관계에서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진보민족주의 성향의 모레나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한국과의 FTA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집권당인 모레나에서 한국과의 관계설정에 대한 이견으로 에브라르드가 경선에서 탈락됐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당내에서는 AMLO의 정책을 100% 고스란히 계승할 사람은 셰인바움으로 본 것은 틀림없다.

따라서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후광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그녀가 한국과의 FTA를 체결하고 바다건너의 나라들과 교류를 하고 싶어도 멕시코 국민들은 AMLO와 그녀를 비교하며, 그녀의 정책방향을 제약할 것이다. AMLO 대통령은 예산절감을 위해 자신의 전용기도 팔고, 이코노미석에 탑승하여 먼 나라까지 가지도 않는데, 셰인바움은 자신의 전용기를 두면서 해외를 자주 나간다면 국민과 언론들의 질타는 당연히 예상된다. 

AMLO의 후광으로 대통령이 되어 현재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 후광이 그림자가 되며 그녀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