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멕시코의 선택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뿐만 아니라 북아메리카지역 최초 여성대통령 탄생
멕시코시티 시장 클라라 브루가다 당선
예상대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 여권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난 2일 18:00를 기준으로 투표가 마감되고 실시된 개표에서 20:00를 기점으로 셰인바움 후보는 약 55% 이상을 득표함으로써 사실상 당선을 확정시켰다.
마리오 델가도(Mario Delgado) 모레나(Morena)당대표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우리 역사상, 그리고 북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출구조사 결과 2대 1이라는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어 셰인바움의 승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멕시코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성”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델가도 대표는 이어 “그녀는 지칠 줄 모르고 노력해 온 진보적 투쟁과 세대승리의 상징”이라며, “셰인바움은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와 함께 길을 걸으며 평생을 바쳐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본주의가 계급주의와 인종주의를 이겼고, 우리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과 함께 우리나라 여성 운명의 변화를 영원히 보장할 세대가 됐고, 이는 우리 자녀, 특히 딸들을 위한 최고의 유산”이라고 덧붙였다.
마리오 델가도는 연설 말미에 야당을 비판했다. 그는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우리는 보수야권과 그들의 후보가 끝까지 거짓말을 계속하며 패배를 알면서도 승리했다고 말하는 메시지를 봤다”며 야당을 맹비난했다.
이번 선거에는 특별히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 전 볼리비아 대통령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ández)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2일 멕시코에 도착했다. 2명의 전직 대통령들은 AMLO 대통령과 같은 진보계열 성향으로 편안하게 멕시코에 방문할 수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셰인바움 후보의 당선을 축하했다.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은 “매우 겸손하고 헌신적인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고 전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나는 그녀와 그녀의 팀이 승리의 결과를 얻는 순간에 함께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셰인바움이야말로 나의 사랑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시작한 엄청난 일을 멕시코에서 계속할 진보적인 여성”이라고 정의했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라틴 아메리카가 축하하고 있다. 친애하는 클라우디아”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보수야권은 대선에서의 패배를 시인했다. 소치틀 갈베스(Xóchitl Gálvez)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연방선관위(INE)가 발표한 개표 결과, 셰인바움 후보가 계속 우세로 나타났으며, 이 추세는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면서 끝내 패배를 인정했다. 알바레스 마이네스(Alvarez Maynez)후보도 셰인바움의 승리를 인정함으로써 대선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멕시코 연방 대통령선거 다음으로 중요한 선거는 멕시코시티 시장선거다. 여권연합에서는 클라라 브루가다(Clara Brugada) 전 이스타팔라파 알칼디아(Iztapalapa Alcaldía)청장이 출마했고, 보수야권에서는 산티아고 타보아다(Santiago Taboada) 전 베니토 후아레스(Benito Juarez) 알칼디아 청장, 제3정당인 시민운동(MC)에서는 살로몬 체르토리브스키(Salomón Chertorivski) 멕시코 연방 하원의원이 선거에 도전했다.
멕시코시티 시장선거는 대통령 선거처럼 당선자를 빨리 확정 짓지 못했다. 셰인바움 후보가 AMLO 대통령의 후광으로 선거때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반면 브루가다 후보는 셰인바움 전 멕시코시티 시장의 후광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개표초반에는 타보아다 후보가 앞서는 듯했으나 브루가다 후보가 역전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습이었다.
따라서 각당에서도 승자는 자신이라고 서로 주장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체르토리브스키 후보는 결과를 예의주시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하기까지 했다.
동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결과는 나오게 돼있고 새로운 멕시코시티 시장자리는 클라라 브루가다 후보에게로 돌아갔다. 3일 아침 6시 30분경 선관위는 브루가다 후보의 당선을 확정지었고, 이 시점에서 보수야권의 산티아고 타보아다 후보는 자신의 패배를 시인했다. 브루가다 후보는 54%, 타보아다 후보는 37%를 득표한 시점이었다.
이번 선거는 멕시코 유권자 9천 800만여명이 참가하는 20,000개의 자리가 걸려있는 선거다. 전국에 17만개의 투표소가 설치된 것으로 집계됐다. 멕시코 사상 최대의 선거라고 볼 수 있다.
멕시코시티의 한 외곽지역에서는 투표에 참가하는 시민들의 혼잡을 피하기 위해 같은 지역에 여러 곳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성(姓)에 따라 지정된 투표소에 투표했다.
투표소는 한국처럼 학교나 주민센터, 교회 등이 아니라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INE)에서 지정한 일반 가정집 차고에 설치된다.
이번 선거는 사상최대의 선거답게 멕시코시티 시민의 경우 투표소에서 6명의 후보들에게 투표를 해야한다. 따라서 투표용지 6장을 배부 받는다. 투표를 해야 할 대상은 멕시코 연방대통령, 멕시코시티 시장, 지방자치단체 알칼디아 청장, 멕시코 연방 상하원 그리고 지자체 알칼디아 의회 의원이다. 투표자는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각 투표용지에 기표소에 비치된 필기도구를 가지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X’자를 표기하면 된다.
KMNEWS와 대화를 나눈 시민들은 모두 모레나 소속 후보들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18세가 되면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베로니카는 AMLO 정부의 지속적인 복지정책이 마음에 들어 모레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계속 정부보조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돼서 이러한 정책이 계속 지속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멕시코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믹시라는 이름의 30대 여성도 모레나를 선택했는데, 중학교 과정 까지만 실시됐던 학비보조금 정책이 모레나를 통해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이어질 수 있게 되어 현 정부여당을 선택했다고 언급했다.
40대의 알프레도는 모레나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줬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아는 정당으로 앞으로도 민주주의를 발전시켜나갈 것으로 믿기에 모레나를 택했다고 밝혔다.
30대의 장애인 아들을 두고 있는 60대의 마리아씨는 아들을 보살피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장애인 아들을 위한 정부보조를 받을 수 있어 살아가는데 많은 보탬이 된다며, 이번 선거에서도 모레나를 지지했음을 전했다.
멕시코는 이제 50%가 넘는 여성의원들과 여성대통령 그리고 수도에 여성시장을 탄생시킨 나라다. 이제는 한국언론에서만 멕시코 정치문화를 지칭하는 구시대적인 표현, ‘마초’라는 말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