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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전기차로도 진보, 보수를 나눈다고?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견해가 미국의 진보, 보수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보수 유권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며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크다는 것이다.

미 현지시간으로 지난 2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 매체가 최근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에 의뢰해 미국 내 2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전기차에 부정적인 사람은 응답자의 약 40%를 차지했다. 이들 중 38%는 정치적인 이유가 전기차를 싫어하게 된 데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전기차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 중의 63%가 중국의 전기차 시장 공급망 지배력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고, 비용 부문을 우려하고 있다고 답한 이는 89%, 충전시설 부족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86%를 차지했다.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이들 중 66%가 전기차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했으며 보수 성향을 가진 이들의 경우 31%만이 전기차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보수 유권자들은 전기차에 대해 매우 부정적, 다소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각각 41%, 20%로 부정적인 반응이 61%를 차지했다. 반면 이들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해서는 각각 92%, 55%가 긍정적(매우 및 다소 포함)이라고 답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0년대 초 진보층 사이에서 유행한 도요타의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 보수 인사들이 비판하는 등 친환경차와 관련한 ‘문화 전쟁’이 전개되기도 했지만 올해 대선을 앞두고 더욱 그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해 “보수 유권자들은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 보조금이나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경향이 있는 반면 진보 유권자들은 친환경적 측면에서 전기차 관련 정책에 긍정적이다”고 분석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조건을 충족하는 전기차 구매 시 7500달러(약 1019만원)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전기차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아울러 자동차 업계에 탄소 배출 총량 기준을 강화하는 안을 승인하면서 업계는 향후 10년 이내 판매되는 신차 60% 이상을 전기차로 판매해야 한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에 대해 부정적이다. 특히 재선 시 현재의 전기차 관련 정책을 모두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공화당 전략가인 마이크 머피는 “전기차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있고, 이는 대부분 공화당 측에서 나온다”며 “이같은 흐름을 깨지 못하면 전기차 판매에도 지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존 보젤라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 회장은 전기차에 대한 선호가 소비자 정치 성향에 따라 엇갈리는 만큼 규제보다 소비자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규제 당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경우 전기차 1위 업체이지만,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보수적 견해를 표명한 뒤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테슬라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는 등 복잡한 전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아 미국판매법인의 스티븐 센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전기차가 미국에서 뜨거운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면서 “정치나 종교 얘기는 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 전기차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 자동차에 대한 높은 가격과 충전 문제를 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정치적 논쟁은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업체에 도전 과제를 안겨준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