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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자의 역사이야기-열 여섯번째 이야기, 고려는 왜 멸망했을까?

사진: 공양왕 묘

개국 제15회 이성계 낙마사건

이색의 말을 들은 정몽주는 그 길로 이성계를 찾아갔다.

– 소생, 포은 정몽주 문하시중 대감께 무례를 무릎쓰고 진심을 듣고자 이 자리에 찾아왔습니다. 대감의 마음속에 역심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대답해 주십쇼.  

이성계가 되물었다.

– 왜 그러면 아니되는 것이요?

정몽주는 놀랐다.

– 두가지 이유에서 안됩니다. 하나는 대감을 위해서고 다른 하나는 이 고려를 위해섭니다. 대감의 선조분들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왜 대감의 집안이 동북면에 자리한 지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옛날 무인들의 욕심으로 대감의 조상 또한 그 화를 입으신거 아닙니까.

결국 무인정권은 무너졌습니다. 왜 그런 줄 아십니까. 원나라가 고려왕실을 받쳐줬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라밖 정세가 고려를 지켜줬습니다. 그리고 무인정권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 그렇다면 선생께선, 명이 고려를 지켜줄 거라 보시오?

– 지금 그를 위해 명과 고려는 관계개선을 해나갈 것입니다. 조만간 세자책봉이 있을 것이고 명에 사신을 보낼 것입니다.

– 세자책봉?

이성계는 흠칫 놀랬다.

– 그렇습니다. 장군, 이 나라는 왕씨가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그러니 장군께서는 저와 함께 고려를 더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가를 고민하셔야 할 겁니다. 혁명, 대업을 명분으로 세상을 바꾸는 건 허울뿐입니다. 대감께서 하시려는 그 생각, 그 일! 이인임보다 더 한 역신이 되는 길입니다. 이인임은 그래도 고려를 지켜려고 했습니다.

대감, 다시 말씀드리면 대감께서 하시려는 일은 외국으로부터 대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안되는 일이고 대감과 소생은 고려인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는 있을 수 없습니다.

– 포은 선생 잘 들으시요. 난 포은 선생과 함께 새나라를 이끌거요. 지금 나와 뜻이 다르지만 난 포은 선생이 백성을 위한 이 사람의 진심을 알아줄 때까지 기다릴 것이요. 포은 선생과 더 좋은 나라, 더 나은 세상 만들기 위해 그대를 수시중에 앉힌 거외다.

그리고 포은 선생! 명나라 주원장 따위가 두렵소이까. 지금이야 우리가 작은 나라니 사대의 예를 다하는 것이 옳지만 타국의 정세에 영향받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소. 이루지 못했던 요동정벌 내 반드시 이루리다.

내 지금 분명히 말하겠지만, 삼봉, 포은이 하겠다는 모든 나랏일 내 무조건 밀어주겠소. 정치는 그대들이 하시요. 어떤 반대와 역경이 와도 그대들 지켜주겠소. 내 약속하리다.

그래도 나와 함께해 줄 수 없겠소?

-이성계 대감, 수문하시중으로서 지금 들은 그 말씀은 역적의 죄로 물을 수 있습니다. 그간 대감과의 옛일을 생각해서 못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보시오, 포은선생! 포은선생!

정몽주는 전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나가버렸다. 이성계의 집에서 삼봉이 엿듣고 있었다.

– 쉽지 않을 것 같소이다. 삼봉 선생

– 한 나라가 바뀌는 개벽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대감, 어찌 쉽게 바뀌겠습니까. 계속 설득해봐야지요. 포은을 포섭해야 새로운 나라의 명분이 생기는 겁니다.

다음날 고려조정, 공양왕은 문하시중 이성계를 비롯한 모든 대신들 앞에서 중대발표를 했다.

-과인은 이제 후계를 위해 세자를 책봉할까 하오. 왕세자는 과인의 장자인 석을 세자에 책봉할 것이며, 왕세자는 세자 즉위 후 명국에 다녀오도록 명할 것이오.

이에 대신 배극렴이 나섰다.

– 전하, 아니되옵니다. 전하의 춘추 아직 왕성하신데 어찌 세자책봉을 서두르시나이까.

– 아니된다고요? 뭐 이 나라에서 세자책봉하는데 이성계 대감 허락이라도 받아야 합니까? 그럼 이성계 대감께 여쭤보십시다. 문하시중, 이 나라의 군왕이 누구요? 대감이요? 과인이요?

– 당연히 전하이십니다. 감히 누가 이를 부정하겠사옵니까. 다만, 배 대감은 전하의 대한 깊은 충정으로 아직 혈기왕성한 춘추에 후계를 말씀하시니 신하된 자로서 근심이 되어…

-아 됐소, 알겠소. 세자책봉은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으니 추진해주시구려.

모든 대신들이 답했다.

-예, 전하

이후 공양왕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정몽주와 독대했다.

– 전하, 참으로 잘하셨습니다. 소신도 속이 다 후련했습니다.

– 그래도 참 두렵소이다. 그대와 그대의 당여를 제외한 자들은 모두 이성계 사람들 아니요. 그대말대로 세자책봉은 했소만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소. 과인의 처지는 그 동안 무인들에 맞서 왕실을 지켜온 열성조의 모습이 아니라 동한시대에 위왕 조조에 두려움을 떨며 하루하루를 살다 자리를 넘겨준 헌제의 모습 같소이다.

– 전하, 왜 그리도 황망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아직 신이 있습니다. 신이 전하를 지켜드릴 수 있습니다. 아직 고려는 살아있습니다. 걱정마십쇼. 신이 계책이 있습니다. 들어보십쇼.

정몽주는 밖에 소리가 새어 나갈까 싶어 아주 작은 소리로 공양왕에게 조언했다. 공양왕은

– 좋소, 그리 한 번 해봅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방법이 얼마나 되겠소.

1392년 공양왕 4년 고려세자 왕석은 명나라 황제를 만나고 고려로 향했다. 한편 고려에서는 공양왕이 이성계에게 명에서 돌아오는 세자를 황주로 가서 맞이하라는 명을 내렸다.

– 분부 받자와 거행하겠나이다. 전하

해주에 도착한 이성계, 이지란이 한마디 한다.

– 형님, 어떻소. 오랜만에 개경땅 벗어났는데… 사냥한번 하심이… 아직 저하 오시려면 며칠 더 있어야 한다 하지 않소.

이성계도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그래, 지란아. 그동안 문하시중인지 뭔지로 골치아픈 일이 너무 많았구나. 이러다 활쏘는 것도 잊어버릴 것 같구나. 오늘 다 내려놓고 사냥한 번 실컷 해보자구나. 하하

-예, 형님

둘을 말을 달리며 사냥을 즐겼다. 이성계 눈앞에 토끼가 보였다. 이성계가 토끼에게 활을 쏘며 쫓아갔지만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어허 이거 나이는 어쩔 수 없구먼… 이제 맞지를 않으니’

토끼는 계속 이성계의 화살을 피해가며, 달아났다.

– 형님, 토끼 한 마리 때문에 뭘 그러시오! 그쪽은 산세가 험하니 가지마오. 아!! 형님!!

이성계는 말에서 떨어졌다.

-형님! 성님!

이지란은 군사들과 함께 이성계에게 달려갔다.

<다음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