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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NEWS 창간 1주년 특집- 메리다를 가다 제2회… 비빔밥 행사

초기 한인 이민자의 발자취를 계속 따라가 본다.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호텔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친 후 멕시코-쿠바 한인후손 총연합회를 방문한 한인들은 두 개조로 나눠 2일차 일정을 시작했다.

이튿날인 12일은 프로그레소(Progreso) 해변에서 멕시코 한인후손들, 해변을 찾은 관광객들과 함께 한국의 대표음식 비빔밥을 함께 즐기는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이에 대한 준비를 위해 라면로코(Ra-myon Loco) 강상철 대표와 올라투어 칸쿤(Holatour Cancún)의 주소연(엘리)대표 그리고 협회의 한인후손들은 아침 일찍부터 울리세스(Ulises) 박 회장의 집으로 향했다.

김병선 유튜버, 황선환 유튜버, 홍은하 PD 그리고 KMNEWS는 한인후손 총연합회 소속 이르빙 수아레스(Irving Suarez)의 차량운전과 안내로 멕시코 한인 초기 이민자의 발자취를 계속 따라가는 시간을 가졌다.

12일 첫번째 방문지는 제물포(Chemulpo) 거리다. 한국의 19세기 근대사와 제물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부터 서구와 일본에 문호를 개방한 당시 조선에서 나라 안팎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배들은 항상 제물포항을 거쳤다. 따라서 해외로 떠난 당시 한국인들에게는 고국의 상징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이 거리가 제물포거리가 된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전해진다.

에네켄 농장에서 일을 하던 한 한인 이민자가 메리다에 있는 한 바를 방문하곤 했는데, 그는 술에 취하면 “제물포, 제물포, 제물포!”라고 외쳐 댔다. 다른 손님들도 그 분위기에 편승하여 재미삼아 제물포라고 외쳤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술집 주인은 낯선 단어에 계속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제물포라고 외친 이유에 대해 그 한인에게 질문했다.

모든 이유와 사연, 그 한인이 멕시코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전부 알게 된 주인은 자신의 술집상호를 제물포라고 바꿨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 바의 이름(제물포)으로 거리이름이 정해졌다는 것이 현지 설명이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멕시코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탑이다. 메리다시 중심가에 건립된 이 기념탑은 말그대로 멕시코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여 2005년에 건립됐다.

높이 8.5m의 기념탑 꼭대기에는 멕시코 초기 이민 정착자들의 노동의 상징 에네켄을 나타내는 구조물이 올라있다. 그리고 탑 아래 기념비에는 그들이 1905년 영국 선박 일포드 호를 타고 1,033명이 멕시코에 도착했다는 내용이 스페인어로 적혀 있다.

기념탑을 뒤로하고, 우리는 ‘대한민국로’라고 불리는 도로로 갔다. 메리다 중심대로에 있는 이 도로는 2017년 메리다시가 대한민국 투자에 대한 감사와 친교의 표시로 도로 이름을 ‘대한민국’이라고 정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일반도로로 보이기 때문에 어디가 대한민국로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2021년 한 동상을 세웠다.

바로 그리팅맨(인사하는 사람)이다. 동상을 보면 한 남자가 한국식으로 인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팅맨은 한국의 유영호 작가의 작품으로 15도로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푸른색 알루미늄 주물로 만든 6m 높이의 거대 조각상이다. 따라서 멀리서도 이 조형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로에 들어서게 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리팅맨은 한국의 연천, 제주 등에도 설치돼 있다.

한국과 메리다의 과거와 현재까지의 발자취들을 모두 둘러본 후, 우리들은 울리세스 박회장의 집으로 향했다. 박 회장 집에서는 200인분 이상의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 강상철 대표와 주소연(엘리) 대표 그리고 멕시코 한인 후손들이 음식준비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강 대표는 한낮 섭씨 46도에 이르는 메리다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더욱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 뜨거운 가스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며 요리에 전념하고 있었다

요리를 모두 마치고 멕시코-쿠바 한인후손 총연합회원들, 강상철 대표와 한인들은 메리다의 프로그레소(Progreso) 해변으로 향했다. 프로그레소 해변 역시 멕시코 이민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뜻깊은 곳이다. 1905년 4월 영국인 브로커 마이어스의 속임수에 넘어가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꿈을 꾸며, 영국 선박 일포드호에 몸을 실어 제물포항을 떠난 당시 한국인들은 같은 해 5월 14일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프로그레소 항구에 첫발을 디뎠기 때문이다.

그들은 청운의 꿈을 안고 프로그레소 항구에 도착했다.

따라서 프로그레소 해변에는 한인들의 첫 이민을 기념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프로그레소 해변 행사는 카티야 마를레네(Katya Marlene) 한인 후손 소녀의 색소폰 연주로 시작됐다. 마를레네는 프로그레소에서 진행하는 한인행사때마다 참여하여 색소폰 연주를 선보이는데 올해도 예외없이 참석하여 색소폰으로 한국 전통민요 아리랑을 연주했다.

이어 비빔밥 행사가 진행됐다. 강상철 대표는 200인을 위한 거대한 용기에 재료와 밥을 모두 섞어 직접 비벼 비빔밥을 완성시켰다.

비빔밥을 완성한 후 배식에 들어갔다. 강 대표는 멕시코 한인후손들과 프로그레스 해변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비빔밥을 나눠줬다.

행사장의 비빔밥은 무료로 제공됐으며, 줄은 삽시간만에 길어져 비빔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비빔밥 맛을 본 현지인들은 강 대표와 행사 관계자들에게 엄치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Qué bueno¨ 혹은 “Qué delicioso¨라는 반응을 보였다.

처음엔 200인분을 예상했으나 그 보다 많은 양을 만들었고, 그러다 보니 400여명 정도의 사람들에게 배식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내년은 한인 이민자의 날이 120주년을 맞는다. 울리세스 박 회장은 내년의 계획에 대해 “올해는 양일간의 행사를 치렀지만 내년은 좀 더 긴 기간 전국적인 단위에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빔밤 행사를 끝으로 멕시코-쿠바 한인후손회 행사는 모두 마쳤다. 행사를 마친 후 강상철 대표는 “지난해까지 혼자 참석했지만 올해 다른 분들도 같이 자리를 함께해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치를 수 있었다”면서 “함께 메리다까지 와준 코미꼬 김병선 유튜버, 걸박 황선환 유튜버, 주소연(엘리) 올라투어 칸쿤 대표, 홍은하 PD에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걸박 황선환 유튜버는 “헤로니모 영화를 보면서 임천택 선생님의 묘가 국내에 안장된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말하면서 “해외에서 순국하신 많은 독립운동가 선생님들의 바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홍은하 PD는 행사를 마치면서 “이번 행사에서 100여년전 뿌리내려온 분들과 현대에 이민을 떠나 자리잡아온 분들이 화합한 손길을 감아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도 시대불문한 국내외 한인들이 단합하여 글로벌시대에 서로가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코미꼬 김병선 유튜버는 “메리다 멕시코 한인 후손들에게 유쾌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선조들이 그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냈기에 지금의 모임과 행사를 개최할 수 있었다”며 “단순히 아픈 역사만 기리고자 한다면 이런 모임을 오래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행사에 참여한 한인들이 KMNEWS에 남긴 소감 전문이다.

걸박 황선환 유튜버

과거 독립군 선조들이 타국살이를 하면서 힘들게 지내셨던 부분을 어느정도는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남미에서의 역사는 처음 접해보고 더군다나 직접 독립운동가의 족적을 방문하는것도 처음입니다.

특히 행사 중 상영된 헤로니모 영화에서 멕시코에서 쿠바로 건너가셨던 임천택 선생님의 묘가 국내에 안장된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훔쳤습니다. 어쩌면 해외서 순국하신 많은 독립운동가 선생님들의 바램이 아니었을까요?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좌우로 나뉘어 바라봐선 안된다고 봅니다. 프레임을 벗어나 단순히 나라를 위해 희생을 하신 분들이니 충분히 응당한 대우와 추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홍은하 PD

한국에서 특집방송으로만 보던 장소들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특히 한인 후손분들과의 유대적인 감정은 실제로 방문하지 않으면 절대 느낄 수 없던 부분이었습니다.

때때로 한국사람들는 국내에서도 먹고 살기 힘든데 굳이 국외까지 신경써야 할 이유를 묻곤합니다.

100여년 전, 우리가 나라를 빼앗겼을 때 독립운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가능했던 것은 일제의 영향력이 덜했던 머나먼 타국이어서 가능했다고, 이제는 한국에서 그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한인후손들은 한국인을 내 핏줄이라 여기고 맞아주고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100여년전 뿌리내려온 분들와 현대에 이민을 떠나 자리잡아온 분들이 화합한 손길을 담아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앞으로도 시대불문한 국내외 한인들이 단합하여 국제화시대에 서로가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꾸준히 이어지길 희망합니다. 모두 너무 멋있었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코미꼬 김병선 유튜버

한인후손이라는 표현자체가 생소했다. 당연히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존재하는 지도 몰랐고 그 존재를 알았을 때도 그들의 정체가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한국인이라는 거야? 멕시칸이라는 거야?” 라는 호기심을 갖고 메리다로 떠났다. 도착한 곳에 우리를 반겨준 그들의 겉모습에는 만두에 간장 묻어있는 거 마냥 한국인스러움이 살짝 묻어있는 멕시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한국사랑은 나보다 더 한국인인 것 같았다.

“나 만두 잘 만들어”

성이 박인 할아버지는 세월이 흘러 외모가 완전 멕시칸처럼 변했지만제일 잘 만드는 요리가 만두란다. 신기했다.

그 박씨 할아버지를 필두로 한인후손이 메리다에 모였다. 이해가 안 됐다. ‘한인들이 정착하고 이미 100년이 넘었는데 왜 모임을 유지하지? 혈육도 아닌데 왜?’ 나도 추석이나 설날에 친척들과 만나지 않은지 10년이 넘었다. 더더욱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그들과 이틀의 시간을 보내고 그 이유를 알게됐다. 그들은 재밌어서 만나는 거다.

한국에서만 살아본 사람들은 한국만 정이 있다고 착각을 한다. 하지만 멕시코에도 정이 있다. 한국의 정이 ‘연민’을 바탕에 두는 느낌이라면 멕시코의 정에는 ‘재미’가 있다.

 “내가 너와 함께 하는 건 너를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와 함께 하는게 재미있어서야”

그들은 100년이 흘러 얇아질 수도 있는 한인후손이라는 명백을 멕시코 특유의 유쾌한 정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노예생활, 독립자금모금, 수박껍질김치 등 아픈 역사가 있다. 선조들이 그 시기를 잘 이겨냈기에 지금 그 후손들은 유쾌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거다. 그들도 그 사실을 알기에 박물관도 만들고 거리도 만들었다. 이런 모임도 유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거다. 하지만 단순히 아픈 역사만 기리고자 했다면 장담컨데 모임을 이렇게 오래 유지할 수 없었을 거다. 같이 밥먹고 대화하고 관광하고 비빔밥 행사를 준비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내가 느낀 한인후손은 재밌는 집단이다. 그러니 이 만두찜통속 같은 더위 속에서도 모이지.

유튜버 강상철 대표의 메리다 이야기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pqpecPKIpA

유튜버 걸박 황선환님의 메리다 이야기 유튜브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OM1Ahju5c-A&t=386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