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자의 한국세법 이야기–⑮
대한민국에서 제일 돈 많이 버는 세무서?
대한민국 국세청은 지난달 28일 2024년 제1분기 국세통계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국세청 세수를 발표했는데, 세수는 337.5조원으로 전년 대비 12.6%(48.5조 원) 감소했다.
총국세 대비 국세청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97.6%로 2022년(97.0%)에 비해 0.6%p 증가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세수라고 함은 쉽게 말하면 세금을 걷은 정부의 수입을 의미한다.
2023년 기준으로 보면 대한민국에는 133개의 세무서가 존재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했던 10년 동안에도 세무서는 생겨났다 통폐합되곤 해서 근무할 당시 전국에 정확히 몇 개의 세무서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또한 시키는 일만 하는데도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전국에 세무서 개수를 따질 겨를도 없었다.
필자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돈 많이 버는 세무서’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세수를 차지하는 세무서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돈 많이 버는 세무서라면 그 세무서에서 일하면 월급이 높은 것도 아니다. 공무원 월급이야 규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월급이 세무서마다 다르지는 않다. 다만, 월급은 낮고 엄격하게 적용될 뿐이다.
필자가 신규직원이었던 2008년에도 전국에 세무서가 몇 개 있는지는 몰라도 세수 1위 세무서는 항상 들어왔다. 그런데 그 세무서는 지금도 변함없이 1등을 차지하고 있다.
그 곳은 바로 남대문 세무서다. 필자도 그 곳에서 근무하진 못했지만 동료직원이 그 곳에 있어 찾아가봤는데, 아마 명동쪽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바로 길 건너면 명동성당에 당도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곳도 서울에서 강남 못지않게 임대료나 땅값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왜 1위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1위 남대문 세무서 세수는 20조 4,759억원이다. 2위는 부산의 수영세무서로 15조 7,754억원, 3위는 영등포 12조 9,989억원, 4위는 서초 10조 9,609억원, 5위는 삼성 9조 4,649억원으로 집계됐다.
1위부터 5위의 세무서들의 공통점들은 그들의 관할구역이 큰 빌딩과 시내중심가가 연상된다는 점이다. 즉 큰 기업들 법인세를 많이 걷는 세무서들이 세수 상위권을 차지한다. 서울만 놓고 봐도 종로, 명동, 강남, 여의도 지역을 관할로 하는 세무서라는 점이다. 여의도 세무서라는 곳은 없다. 따라서 영등포 세무서가 여의도 전체를 관할하니 영등포 세무서의 세수도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세목별 세수는 소득세 115.8조 원(34.5%), 법인세 80.4조 원(23.9%), 부가가치세 73.8조 원(22.0%) 순으로 집계됐다. 필자가 세무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부가가치세수가 더 많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소득세 세수가 높은 것이 선진국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 만큼 국민들의 납세의식이 높고 세원포착도 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 세월이 지나 소득세 세수가 3개 세목중에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우리나라도 납세의식도 높아졌고 세원포착도 잘되고 있다는 의미도 함의되어 있는 것이다.
공무원 월급은 규정에 따라 정해져 있다지만 세수가 큰 세무서를 선호하는 경향은 있다. 특히 과장이나 서장 같은 관리자급에서 그런 경향이 있는데, 일단 큰 법인들이 있기 때문에 퇴직을 앞둔 관리자들은 훗날 세무사 개업의 기반을 닦기 위해 그런 세무서를 선호한다. 또한 세수가 잘 걷히면 본부에서도 업무적으로 압박을 가하거나 그런 일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없지는 않지만 덜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 동안 연재가 계속되지 않아서 심기자 한국세법이야기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앞으로도 심기자 한국세법이야기는 계속될 예정이구요. 만약 더 이상 연재를 하지 않게 된다면 미리 공지를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혼란을 드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