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TV 생방송 중 무장괴한 침입
에콰도르 과야킬(Guayaquil) 소재 TV 방송국에 지난 9일(현지시간) 복면을 쓴 무장 괴한들이 침입해 방송국 직원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지난 10일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생방송 송출이 중단되기 전 공영 TV 채널 ‘TC’의 직원들은 강제로 바닥에 엎드려야만 했다.
괴한들은 이후 몇몇 인질을 붙잡은 채 방송국을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으나, 이후 현지 경찰이 체포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9일은 악명 높은 범죄조직 ‘로스 초네로스(Los Choneros)’의 두목이 탈옥하면서 에콰도르 정부가 내린 60일간의 비상사태의 첫날이었다.
BBC에 따르면, 이번 방송국 괴한 침입 사건이 로스 초네로스의 수장 피토(Fito)라는 별명을 가진 호세 아돌포 마시아 살라사르(José Adolfo Macías Salazar)의 과야킬 소재 교도소 탈출과 관련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에콰도르는 세계 최대 바나나 수출국으로 손꼽히지만, 석유, 커피, 코코아, 새우, 생선 관련 제품도 수출한다.
현재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에 자리한 이곳 에콰도르에선 교도소 안팎에서 폭력 사태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으로 향하는 코카인 경로에 대한 통제권을 놓고 벌어진 외국 혹은 현지 마약 카르텔 간의 다툼과 관련이 있다.
한편 이번 TV 방송국 사건에서 한 괴한은 리볼버로 이미 위협받고 있는 인질 중 한 명의 머리에 펌프 연사식 산탄총을 겨누기도 했다.
AF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쏘지 말아달라, 제발 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으며, 다른 사람이 고통에 못 이겨 지르는 비명도 들렸다.
TC의 한 직원은 AFP통신에 ‘왓츠앱’ 메시지를 통해 “세상에, 저들은 우리를 죽이러 들어왔다”면서 “제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범죄자들이 생방송을 탔다”고 말했다.
한편 다니엘 노보아(Noboa) 에콰도르 대통령은 “에콰도르에 현재 내부적인 무력 충돌 사태가 존재한다”면서, “초국가적 조직범죄, 테러 조직, 폭력적인 적대적인 비국가 주체들을 무력화하기 위한 군사 작전” 수행을 위해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노보아 대통령은 최근 벌어진 일련의 교도소 폭동 사태 및 탈옥 및 당국이 조직범죄의 탓이라고 지적한 여러 폭력 행위에 맞서겠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갱단 초네로스와 더불어 아길라스, 아길라스 킬러, AK-47, 카발레로스 오스쿠로스, 초네킬러, 코비체로스, 쿠바르텔 데 라스 빌레, 쿠바노스, 파탈레스, 간스터, 카테르 필레, 라가르토스, 라틴킹스, 로보스, 로스 p.27, 로스 티게론스, 마피아18, 마피아 트레볼, 패트로네스, R7, 티게론스 등 갱단 21개의 명단을 발표했다.
피토의 탈옥 이후 폭력 사태를 가라앉히고자 8일 선포된 국가비상사태로 에콰도르엔 야간 통행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아울러 탈옥 이후 교도소 최소 6곳에서 폭동이 발생한 가운데 현지 치안 당국은 질서를 회복하고자 노력 중이다.
9일 새벽엔 유죄판결을 받은 또 다른 마약왕을 포함해 거의 40명에 달하는 수감자들이 중부 리오밤바(Riobamba)시의 교도소에서 탈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F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로 인해 경찰관 최소 6명이 납치됐으며, SNS엔 납치된 경찰관 중 3명이 총부리가 겨눠진 채로 땅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그리고 이 중 한 명은 노보아 대통령에게 보내는 성명문을 강제로 읽었다.
이 경찰관은 “당신이 전쟁을 선포하면 전쟁을 맛보게 될 것”이라며 “당신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우리는 경찰, 민간인, 군인들을 전리품으로 선포한다”고 읽었다.
한편 수도 키토(Quito)의 주민들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야킬의 TV 방송국 공격 소식이 알려지면서 도시가 혼란에 빠졌다고 밝혔다.
시민 마리오 우레나는 “도시가 극도로 긴장 상태”라면서 “직장에서도 사람들은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간다. 모든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곳곳에서 교통 체증도 심하고 경고음도 울려댄다. 혼란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쿠엔카시(Cuencaci)의 또 다른 주민들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TV 방송국 공격 사태에 충격받았다고 언급했다.
시민 프란시스코 로사스(Francisco Rosas)는 “에콰도르에서 TV 방송국이 사실상 장악되고, 총격과 납치로 시작하는 방송 같은 건 본 적이 없다”면서 “우리의 치안은 대체 어떤 상황인가? 만약 TV 방송국에 이런 종류의 공격이 가해질 수 있다면, 일반적인 식당이나 상점은 어떠한지 상상해봐라”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간 에콰도르의 교도소들은 라이벌 갱단의 조직원 수감자들끼리 벌이는 폭력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종종 수감자들끼리의 대학살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초네로스는 최근 몇 년 동안 교도소에서 발생한 여러 유혈 사태 및 난투의 배후로 여겨지는 막강한 교도소 갱단이다.
두목 피토는 이송이 계획돼 있었으나, 그 몇 시간 전에 탈옥한 것으로 보인다. 교도관 2명이 그의 탈옥을 도운 혐의로 구금됐다.
피토의 탈옥은 언론인 출신의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Villavicencio) 후보의 암살로 얼룩진 대선에서 승리해 지난 11월 취임한 노보아 대통령 행정부에도 타격일 수밖에 없다.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키토에 선거 운동을 마치고 행사장을 떠나려던 참에 총에 맞아 숨졌는데, 사건 발생 며칠 전 피토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