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이 멕시코시티 지검장 연임실패
멕시코시티 의회에서 비준 부결
에르네스티나 고도이(Ernestina Godoy) 멕시코시티 지검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멕시코시티 의회는 지난 8일 찬성 41표, 반대 25표로 에르네스티나 고도이의 멕시코시티 검사장 연임인준을 부결시켰다. 이로써 그녀의 임기는 지난 9일까지였다.
멕시코시티 의회는 66석으로 구성돼있다. 그 중 44표인 3분의 2의 찬성표를 획득해야 하는데 3표가 모자라 고도이 지검장은 연임인준에 실패했다.
거의 모든 야당의원들이 이 표결에 참여했다. 그러나 제도혁명당(PRI) 소속 모니카 페르난데스 세사르(Mónica Fernández César)의원과 실비아 산체스 바리오스(Silvia Sánchez Barrios)의원의 대리인인 웨슬리 찬탈 히메네스(Wesly Chantal Jiménez)가 비준에 찬성표를 던졌다.
고도이 라모스 지검장이 직을 떠나면 규정에 따라 새 지검장이 결정될 때까지 임시로 올리버 아리엘 필라레스(Oliver Ariel Pilares) 국토조사부장 검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고도이 전 지검장의 인준표결직전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 제도혁명당(PRI) 알레한드로 모레노(Alejandro Moreno)대표가 지난 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여당 모레나(Morena)당원이나 지지자들이 멕시코시티 야당의원들에게 고도이 지검장 비준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모레노 당대표는 과달루페 바론(Guadalupe Barrón) 멕시코시티 의원의 차가 총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배후에 모레나가 있다고 하면서 바론의원의 차에 총알자국이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또한 바론의원이 받았다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는데, 내용에 따르면 ‘월요일에 출근하면 당신, 남편 또는 조카의 머리에 (총알이) 박힐 것이다, 당신이 선택하라’는 경고였다.
위와 같은 사건 때문에 멕시코시티 야당의원들은 표결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8일 새벽 0시경부터 멕시코시티 의회에서 하루를 보냈다.
고도이 전 지검장은 논문표절 논란에도 휩싸였다. 멕시코 주요 일간지 라틴누스(Latinus)의 기예르모 셰리단(Guillermo Sheridan)기자에 따르면 고도이 전 지검장이 2004년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UNAM)에 제출한 법학박사학위 논문이 문제가 된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고도이 전 지검장은 에르네스토 갈린도 베세라(Ernesto Galindo Becerra)교수의 지도로 ‘멕시코 시민 참여, 대안과 정치의 전환’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다. 그런데 1995년과 1997년에 발표된 두 개의 논문에서 원저자나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그대로 복사한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셰리던 기자는 표절의 한 가지 예로 마우리시오 메리노(Mauricio Merino) 교수가 1995년 당시 연방선거연구소(IFE)에서 저술하고 출판한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 참여>라는 책의 여러 내용들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도이 논문 4장 ‘시민 참여를 위한 정책’에서 메리노의 저작을 각주를 포함한 전체 내용을 그대로 베꼈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논문 62쪽과 63쪽에서 대의제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내용에 의하면 ‘중세의 오랜 기간 동안 대의제는 고대 그리스 도시에서처럼 공동의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는 개념과 융합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주권을 소유한 왕과 군주의 최종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다. 결과적으로 대의는 정부의 임무와도 관련이 없었고, 어떤 경우에도 대의가 대표하는 것은 주권자인 왕들의 호의를 얻기 위한 특정 계층 집단의 의지였다.’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메리노 교수의 텍스트 내용과 동일하다는 것이 셰리던 기자의 주장이다.
셰리던 기자는 그녀의 논문 6쪽 10개의 단락에서 본문, 각주 또는 논문의 참고 문헌에서 언급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고 메리노의 글과 똑같은 방식으로 쓰여 있다고 지적했다.
고도이가 표절한 또다른 논문은 프랑스 학자 장 클로드 토닝(Jean Claude Thoening)의 논문이다. 1998년 폴리티카 저널에 게재된 ‘공공정치와 정치행동’이라는 논문의 일부분을 그대로 베꼈다는 것이다.
고도이 전 지검장은 ‘공공 정책이라는 개념은 국가 중심주의라는 가정을 내포할 위험이 있으며, 입법, 행정, 사법권의 제도적 영역인 국가기구는 궁극적으로 공공 운명의 주인이며, 더 나아가 사회적 존재의 집합체다’라고 썼는데, 이는 토닝의 글에서 세 단락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나중에 고도이는 공공 정책에 관한 또 다른 단락을 복사했는데, 이 또한 토닝의 논문내용이지만 고도이 전 지검장은 원저자의 이름은 피했다고 셰리던 기자는 언급했다.
고도이 전 지검장의 연임실패소식에 가장 환영의 뜻을 표명한 사람이 산티아고 타보아다(Santiago Taboada) 야당 FAM(Frente Amplio por Mexico) 멕시코시티 시장후보다. 고도이 전 지검장 시절 멕시코시티 검찰에서는 타보아다 후보의 부동산 카르텔과의 연관성을 수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티아고 타보아다 후보는 에르네스티나 고도이의 비준 불가를 축하하며 “모레나는 2024년 첫 패배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그들의 첫 패배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며 “에르네스티나 고도이는 우남대에 자신의 논문 표절을 해명할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의 공세에 여당에서도 메시지를 전달했다. 타보아다의 성명이 나온 지 몇 분 후, 모레나소속의 클라라 브루가다 몰리나(Clara Brugada Molina) 멕시코시티 시장후보는 이번 투표결과는 야당 패배의 시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브루가다 후보는 자신의 X계정을 통해 “오늘 부패한 소수가 정의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피해자들에게 등을 돌리고, 여성 학살자, 여성 인신매매범, 부동산 카르텔의 편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녀는 고도이 전 지검장에게 “멕시코 최고의 검사 에르네스티나 고도이 검사장은 흠잡을 데 없는 업무수행으로 범죄와 싸우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멕시코시티의 치안을 개선한 그녀에게 가장 큰 존경과 애정을 표한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같은 당 소속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 대선후보는 고도이 전 지검장에게 상원출마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셰인바움 후보는 “정직하고 전문적이며 부패하지 않은 여성으로 묘사되는 에르네스티나 고도이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녀는 그러면서 “고도이 전 지검장은 정직하고 전문적이며 부패하지 않으며, 정의를 추구하는 여성”이라고 평가했다.
셰인바움 후보는 이어 “그녀는 멕시코시티에 큰 범죄를 줄이는 데 큰 기여했고, 여성 살해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지켰으며, 부동산 카르텔과 인신매매와 같은 부패 사건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데 앞장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