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가이아나 영토분쟁으로 국제사회 긴장고조
미국, 가이아나에서 합동비행군사훈련 발표
영국도 이 문제 관여 시작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의 영토분쟁이 국제사회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분위기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3일 가이아나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에세키보(Esequibo)지역 합병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95%의 찬성표를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두 나라 간의 긴장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가이아나 주재 미 대사관은 지난 7일 가이아나에서 합동 비행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미 대사관은 “이번 훈련이 미국과 가이아나 간의 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지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상적인 훈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사관은 “미국은 가이아나 군대와 재난 대비, 항공 및 해상 안보, 초국적 범죄조직 퇴치 분야에서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외무부는 성명에서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가이아나가 사실상 점령하고 있는 영토에 미국 남부 사령부가 주둔하는 것을 무책임하게 승인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도 이 문제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정부가 실시한 국민투표는 그들의 일방적 행동이며, 국제법상 논거가 전혀없다”고 비판했다.
캐머런 외무장관은 이어 “이 국경은 1899년에 설정됐고, 베네수엘라의 일방적인 조치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하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가이아나 대통령 및 이 지역의 다른 국가들과 전화통화를 통해 매우 퇴행적인 조치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기자회견에서 가이아나 주권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미국이 이 분쟁에서 취한 조치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에세키보 지역은 가이아나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곳으로 석유, 금, 다이아몬드 등의 광물자원이 상당량 매장돼 있다. 에세키보 지역은 18세기 스페인 식민지 시절 베네수엘라의 땅이었지만 영국이 가이아나를 침공해 점령한 후 영토 분쟁이 발생하자 양측은 이 문제를 국제 중재재판소에 회부했다. 1899년 당시 프랑스 중재재판소는 영국령이라고 판정했고, 가이아나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가이아나 영토로 편입돼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에세키보 지역은 19세기 초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뒤부터 역사적으로 줄곧 자국 영토였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가이아나와의 원만한 해결’을 명시한 1966년 제네바 합의를 근거로 기존의 중재는 무효화됐다면서, 당사국 간 협상으로 이 사안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