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DLatestNews글로벌뉴스

베네수엘라, 가이아나와 영토분쟁 확대

가이아나 실효지배역 에세키보 합병에 대해 국민투표 95% 찬성발표

에세키보 자원 매장량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베네수엘라 국민투표… 국제법상 효력없어

베네수엘라와 그 이웃 국가인 가이아나 사이에 영토분쟁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베네수엘라 정부는 가이아나가 실효지배중인 에세키보(Esequibo) 지역 합병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의견이 95%이상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에세키보는 석유와 광물 등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국민투표를 실시하기에 앞서 “우리는 150년 동안 지속된 제국주의 탄압을 헌법적, 평화적, 민주적 수단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면서 “주권자 국민들의 절대적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측에서는 베네수엘라 인구 3천 만명 중 천 만 명이상이 투표에 참가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천 만명이상 참가했는지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지 외신들에 따르면, 투표 당일 유권자들의 긴 줄은 보이지 않았다면서 투표소에서 대기하여 투표를 끝내고 나오는 시간이 1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야당 측 참관인이 없었던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선관위가 제시한 모든 수치들은 논란이 여지가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엘비스 아모로소(Elvis Amoroso) 베네수엘라 선관위원장은 집계된 투표용지수를 언급하지 않았고 투표 참여율이나 기권률을 발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마두로 대통령은 영토합병에 대한 목적보다도 지난 10월 22일에 치러진 야당 예비선거에서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María Corina Machado)가 90%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한 것에 대한 열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해당 투표를 실시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에세키보 지역은 가이아나 전체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금, 다이아몬드 등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데, 2015년 인근 해상에서 미국 기업이 대규모 유전을 발견하면서 이 지역을 둘러싼 긴장감은 더 고조됐다.

양국 간 영토 분쟁의 시작은 10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간다. 에세키보 지역은 18세기 스페인 식민지 시절 베네수엘라의 땅이었지만 영국이 가이아나를 침공해 점령한 후 영토 분쟁이 발생하자 양측은 이 문제를 국제 중재재판소에 회부했다. 1899년 당시 프랑스 중재재판소는 영국령이라고 판정했고, 가이아나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가이아나 영토로 편입돼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에세키보 지역은 19세기 초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뒤부터 역사적으로 줄곧 자국 영토였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가이아나와의 원만한 해결’을 명시한 1966년 제네바 합의를 근거로 기존의 중재는 무효화됐다면서, 당사국 간 협상으로 이 사안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투표에서는 1899년 중재 판정을 거부하고, 에세키보 지역에 새로운 행정구역을 신설한 후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베네수엘라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 모두 5개 항목에 대해 국민 의사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국민투표는 국제적으로 법적 효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투표 결과를 실제 어떻게 집행할지는 불분명하다.

가이아나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이 같은 움직임을 자국 영토의 3분의 2를 강제로 빼앗아가려 하는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앞서 지난달 14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베네수엘라의 행동을 멈춰줄 것을 긴급히 요청했다. 이에 ICJ는 가이아나 주권을 위협하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명령했지만, 국민투표를 중단할 것을 명시하진 않았다.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는 국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24시간 내내 국경 지대 안전을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세키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브라질 정부도 성명을 통해 방위 조치를 강화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