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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자의 역사이야기-⑫ 고려는 왜 멸망했을까?

개국 제10회 가자! 요동으로

우왕의 말이 이어졌다.

– 이보시오. 시중! 경이 내 곁에 없으면 과인은 누구와 국사를 논한다 말이요. 제발 과인의 청을 물리치지 말아 주시오.

최영은 어찌할 줄 몰랐다. 전쟁을 반대하는 이성계의 뜻을 꺾고 전쟁을 수행하려는 참이었는데, 전장에서 이성계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이성계가 어찌 나올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일단 그의 가족들은 인질로 잡아둔 상태였다.  

최영은,

-아, 전하 이번 전쟁은 국가의 명운을 건 중차대한 전쟁이옵니다. 이번에 신과 이성계가 함께 나서야 저들도 감히 우리에게 덤비지 못할 것이옵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서소, 전하!

-문하시중 대감, 경은 부왕의 일을 잊었소? 과인이 어찌 보위에 올랐는지 정작 모르시오이까!

-아 전하, 그건…

더 이상 최영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제주도에 반란진압을 위해 개경을 잠시 비웠을 때, 공민왕이 시해당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과정을 누구보다도 잘 기억하고 있는 우왕은 최영을 곁에 두고 싶어 했던 것이다.

결국 최영은 도통사로 임명되면서 요동정벌 총사령관직은 받았으나 우왕과 함께 서경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이성계는 우군 도통사에, 좌군 도통사에는 조민수가 임명돼 총 5만의 군사와 함께 요동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압록강에 다다랐다. 이지란이 이성계에게 물었다.

– 성님, 저기가 위화도요? 저 섬만 넘으면 곧 요동이외다. 다시 한번 왔습니다.

–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지란아. 근데 하늘을 보아하니 곧 비가 쏟아질 것 같구나. 장마철인데…

위화도는 서울 한강의 여의도처럼 압록강에 위치한 한 섬이다. 압록강이 운반한 모래가 퇴적해서 만들어진 섬으로 내부는 평지이다. 압록강에 홍수가 나면 큰 피해를 입지만 그 덕에 충적토로 이루어지게 되어서 토질이 좋아 옥수수, 조, 콩, 수수 등이 많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행정구역상으로는 신의주시에 속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 요동정벌군이 압록강 위화도에 도착했을 무렵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장마철에 내리는 비였기 때문에 비가 언제 그칠지도 알 수 없었다. 결국 고려군은 위화도에서 발이 묶일 수밖에 없었다.

이성계 막사에서 회의가 시작됐다. 조민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이보시오, 우군 도통사! 조정에 전령을 보냅시다. 더 이상의 진군은 무리요. 이러다가 우리 군사들 사기까지 떨어질까 염려되오.

– 성님, 좌군 도통사말이 맞소. 생각을 달리 해야하오.

이성계는 상념에 젖었다. 본인이 4대불가론까지 거론해가며 전쟁의 부당성을 주장해도 자신을 이 곳 압록강까지 보낸 그들이었다. 전령을 보낸다 한들 소용이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상념 후 이성계는 말을 꺼냈다.

– 그럼, 그렇게 하십시다. 일단 전령으로 이곳 사정을 소상히 알리도록 하고 소장이 장궤 또한 올리도록 하겠소.

더 이상 진군이 불가하다는 요동원정군의 소식에 개경에 있는 최영은 분노했다.

-뭣이! 더 이상 진군이 불가하다? 이런 불충한 자들을 보았는가! 전하, 소장이 직접 나서야 하겠습니다. 이대로 놔뒀다간 진군도 못하고 군의 사기만 떨어질까 염려되옵니다.

-이보시오, 최공! 과인의 뜻을 왜 이렇게도 몰라주오.

바로 이어 또 하나의 소식이 들려왔다.  

– 전하! 삼남지방에서 왜구들이 다시 들끓고 있다는 급보이옵니다.

그러자 최영은 곧바로,

– 이거 병력이 부족해서 큰 일이구만, 도성에서 보낼 수 있는 병력은 최대한 보내토록하라!

다시 위화도 고려군 막사, 이성계와 조민수는 진군하라는 명을 조정으로부터 들은 상태였다.

– 성님, 더 이상은 무리요. 지금 역병에 탈영병도 속출하고 있소이다.

– 이보시오, 이 장군, 이지란 장군말이 맞소. 우리 회군요청 하십시다.

이성계는 한숨을 쉬더니,

– 그럽시다. 조정에 회군요청 하십시다.

최영은 이 소식을 접하고는,

– 내 이자들을 더 이상은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뭐 회군? 전하, 신이 참전하여 이 자들에게 경을 처야 하는 것이 마땅한 줄 아뢰옵니다만, 신이 갈 수 없는 상황이니 선전관이라도 파견하여 전하의 뜻을 전하심이 옳은 것으로 아뢰옵니다.

그러자 우왕은,

– 선전관을 파견하여 과인의 뜻을 전하고 회군을 하거나 진군하지 않으면 역도로 간주하여 군령으로 다스리겠다 이르라!

위화도 고려군 막사에 도착한 선전관은 이성계에게

– 주상전하의 뜻은 진군이요. 만약 속히 진군하지 않거나 회군을 하려한다면 역도로 간주한다고 하시었소. 자! 이성계, 조민수 장군은 어서 위화도를 넘으시오.

-뭐요? 선전관은 이 막사에서 대체 무얼 본게요.

조민수가 일어서며 선전관에게 반발했다.

– 그만, 그만!

이성계가 소리쳤다. 이성계는 잠시 한숨을 쉬더니,

– 지란아! 당장 선전관을 포박하라!

– 예? 성님? 뭐라 하셨소?

– 뭐하고 있는게야! 당장 포박하라는 말 못 들은 게냐!

선전관도 깜짝 놀라며,

– 아니, 이성계 장군 이게 무슨 짓이요!

이지란은 선전관을 체포하여 막사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면서 선전관은

-이성계 장군! 이건 전하에 대한 반역이요! 역도란 말이요. 다시 생각하시오!

이성계는 다시 이지란에게 지시했다.

– 지란아! 제장들 소집하라.

– 예, 성님

이성계는 모든 제장들 앞에서 소리쳤다.

– 우리 이제 회군한다!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