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DLatestNews연재

심기자의 한국세법 이야기–⑫ 왜 사실판단사항이라고 할까?

국세청 직원들은 세무상담의 책임이 없다?

필자는 현직에 있을 때나 지금도 대한민국 세법규정을 찾아보려면 두꺼운 세법편람을 보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한다. 자주 이용하는 한국 세법 관련 사이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국세법령정보시스템< https://txsi.hometax.go.kr/ >이라는 사이트다. 사이트를 들어가서 살펴보면, 자신이 알고 싶어하는 세법규정과 판례, 국세청과의 질의회신 내용 등이 수록돼 있다. 심지어 과거 세법연혁,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3가지를 같이 볼 수도 있어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시스템 광고를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이를 이용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어 알리고자 한다.

세법조문 자체가 궁금하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스템이다. 그러나 홈페이지 맨 하단을 보면 이런 문구가 보인다.

국세법령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국민 여러분의 법률행위에 도움을 드리기 위한 것으로써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개별적 사안에 있어서는 동 법령정보와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사전에 충분한 법령검토와 함께 국세상담센터 또는 전문가 등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또, 질의회신 내용을 읽다 보면 가끔 이런 문구를 본다. ‘~사실판단 사항임’ 왜 국세청은 맨하단에 저런 문구와 사실판단 사항이라는 말을 넣을까. 간단히 말하면 면피용이다. 대한민국의 세무서는 민원이 빈번히 발생하는 관공서 중의 하나다. 얼마나 민원이 심하면 몇 달전 민원응대를 하던 직원이 쓰러져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했다. 그 직원은 경력이 오래된 팀장급 직원인데도 말이다.

자주 발생하는 민원 중의 하나가 이런 경우다. 부동산 양도를 하려하거나 자식에게 증여 하려할 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직 양도한 것도 아니고 증여한 것 또한 아니다. 세금이 얼마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미래를 알고 싶어서 세무서를 방문하는 경우가 있다. 세무서가 이 일을 처리하니까 더 잘 알 것이고, 세무사들처럼 상담료도 받지 않으니 일석이조라는 마음으로 세무서를 방문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 둘이겠는가. 상담창구에서 줄서서 기다렸다가 상담을 받게 되면 짜증이 이미 난 상태에서 상담에 들어간다. 상담해주는 공무원이 미래에 어떻게 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계산해서 세금이 많이 나올 것 같다는 말을 하면 거기서 쌓였던 짜증이 일시에 폭발한다.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하기 보다는 본인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듣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듣고 싶어하는 말, “세금 없습니다. 안나옵니다.” 이런 말을 듣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집에 갔는데, 막상 고지서가 나왔을 때는 더 큰 청천벽력이다. 고지서를 들고 세무서에 찾아가서 그 때 상담해준 직원을 찾는다. 다행히 인사이동으로 그 직원이 없으면 좋겠지만 있다면 정말 난감한 상황이다.

이러한 모습들이 현직에 있을 때 필자가 봐왔던 세무서의 모습들이다. 기본적으로 국세공무원들은 행정부에 소속되어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지 상담요원들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무사라는 제도가 있어서 세무사외의 사람들이 세무신고를 하거나 세무상담을 하는 경우는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다. 그러나 국세청 세무서는 이 불법적인 일을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하고 있고, 이에 대해 크게 비판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필자가 국회 기재위에 있을 때 이 상황을 바꿔보려 했으나 역시 일개 의원실 비서관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따라서 세무서 직원들은 국세신고, 대면상담, 전화상담 등은 야근을 각오 하고서라도 본인의 업무시간을 쪼개서 하는 무료 서비스 활동이 되버렸다. 그들의 고유업무는 아니다.

그들의 본래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상담 등에 있어서의 책임문제는 따르지 않는다. 언뜻 생각하면 책임문제가 따르지 않으니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법적책임문제가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법적책임문제가 없기 때문에 신고나 상담이 잘못됐을 경우 납세자들에게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막말, 고함 등이 사무실에 난무한다.

직원들이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껴 가산세를 본인 사비로 물어주는 경우도 봤었고, 필자 또한 근로장려금 문제로 돈을 물어줄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이런 책임소재를 피하기 위해 상담 전에 국세청의 입장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국세법령정보시스템에 사실판단사항이라고 하거나 참고용도로만 사용하라느니, 전문가 와 상담해야 된다라는 등의 문구를 삽입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알고 싶지만 알 수 없다. 지난 7일 세무설명회때 개별상담 혹은 공개질문에서 속 시원한 답을 얻은 교민들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교민들도 상당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에 확실히 적혀 있는 문구라면 상담해주는 사람도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추후 세무조사 때 어떤 서류, 어떤 증빙 등을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답하기가 곤란하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사업자등록신청을 할 경우 임대차계약서나 등기부등본 이런 식으로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만 세무조사는 다르다. 세무조사 담당공무원도 어떤 증빙을 요청해야 할 지 상당히 고민한다. 담당공무원이 인정을 해준다고 해서 되는 문제도 아니다. 그 위에 결재권자들이 수두룩하고 그 조사한 것을 가지고 감사까지 받는다. 그러니 납세자가 어떤 서류를 내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대한민국 최고의 세법 전문가라고 할지라도 알 수 없다. 필자도 현직 때 명확하게 답을 못했고, 명확하게 답해주는 이 또한 보지 못했다.

담당 조사공무원이 납세자의 증빙자료를 인정 못해 세금이 부과된 경우 납세자는 불복과 소송을 제기한다. 이 경우도 조세심판원이 납세자의 증빙자료를 인정해 세금이 취소기도 하고 조세심판원도 조사처의 의견에 따라 증빙자료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법원이 인정해주는 경우도 허다하게 발생한다. 대한민국 법원은 판사 자유심증주의다. 납세자가 불쌍해서 그의 자료를 인정해주고 싶으면, 인정해서 세금 취소해주면 된다. 결국 우리는 미래를 알고 싶지만 미래를 모른다가 정답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한국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6조는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5호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다.

<5.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여기서 증여세 비과세를 받으려면 ‘사회통념’상 인정돼야 한다. 그런데 어떤 그리고 누구 기준의 사회통념인지 불명확하다. 저 법문구는 변하지 않지만 사회통념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진다. 같은 시대를 사는 세대간에도 생각하는 사회통념은 다르다.

부모가 자식에게 생활비를 지급했다고 했을 때, 증여세 비과세라고 생각되지만 사회통념으로 그것을 세무서에서 비과세로 인정해줄 지는 그 때 가봐야 아는 것이지 지금 상황에서 알 수 없다. 그래서 지난 설명회 때도 한 조사관이 ‘사실판단’이라는 용어를 쓴 것이다.

세무일을 직접 처리하는 국세청 직원들도 미래를 추정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책임질 수도 없다. 따라서 추후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말은 명확하지 않다. 또한 공신력도 없다. 상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돈을 받고 상담하는 전문가들 세무사, 회계사가 있는 것이다. 만약 세금이 잘못 나오게 되면 그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세금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국세청에 알아보는 것은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세무사와 회계사 같은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