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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꼬지 코리아…방문객들과 이용자들에게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있길 바라

지난 27일과 28일 멕시코시티 코미테 올림피코 메히카노(COMITÉ OLÍMPICO MEXICANO)에서 2023년 모꼬지 코리아(2023 MOKKOJI KOREA) 행사가 개최됐다. 한국어로 모꼬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주관하는 글로벌 한류 축제다.

문화교류진흥원은 ‘모꼬지’란 놀이·잔치 그 밖의 다른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이르는 한국말로, ‘모꼬지 대한민국’은 매년 전세계 한류 팬들을 찾아가 한국 생활문화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쌍방향 문화 교류를 통해 국가 간 상호 문화 이해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행사는 전시회와 콘서트 두 개로 나누어 진행됐다. 전시회는 27일 오후 1시에서 시작해서 오후 6시까지, 28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였다. 콘서트는 오후 7시부터 시작됐는데,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크리스티안 부르고스의 진행으로 엠씨엔디와 엔시티드림이 출연했다.

전시회에서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한국문화원 등의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각각 부스를 만들어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한복입고 사진찍기 행사, 한국음료 시음 등의 행사를 진행했고, 기업들은 케이팝 앨범, 한국산 화장품, 과자, 음료수 등을 선보이며 판매했다.

그 밖의 공예체험, 한글체험과 케이팝 댄스경연대회가 열려 멕시코 케이팝 팬들은 댄스 경연대회에 참가하여 자신의 끼와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전시회와 콘서트를 통틀어 행사는 큰 사고없이 무난하게 진행됐으며, 멕시코 케이팝팬들 반응 또한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 대한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꼬지 대한민국은 전시회부터 콘서트까지 모두 무료다. 따라서 행사가 시작되기 약 1~2달 전부터 콘서트 참가자 신청을 받았다. 이를 위하여 틱톡(TikTok) 등의 유명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하여 콘서트 티켓홍보를 실시했다.

인플루언서들은 모꼬지 대한민국에 대한 소개와 콘서트 티켓 예약 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틱톡영상 안내에 따라 콘서트 참가신청을 해본 이용자들은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지지 않는다”, “지난 8월에 홈페이지 등록을 마쳤는데, 홈페이지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요구한다” 혹은 “등록을 모두 마쳤는데, 확인메일을 받지 못했다” 등의 불만 섞인 댓글들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가야 하는 질문에도 동영상의 안내자는 본인도 잘 모른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어 인플루언서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정보가 공유됐는지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전시회 운영방식에 대한 지적도 따른다. 본 행사는 야외에서 개최됐고, 금요일 오후 1시 햇볕이 내리쬐는 낮부터 행사가 시작됐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지만 너무 오랫동안 햇볕에 줄을 세운 것은 한번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혔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모였던 28일 오후 3~4시경에는 콘서트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늘어뜨린 사람들과 각 부스에서 자기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는 사람들이 동시에 뒤엉켜 다른 방문객들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많은 방문객이 찾아와서 행사가 열기를 띤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에 비해 공간이 협소하다면 사고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28일 오후 행사 모습, 많은 사람들로 여러 줄들이 뒤엉켜 통행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한글체험과 공예체험은 각 시간대별로 나누어 같은 시간대에 진행됐다. 예를 들어 한글체험이 27일 15시30분에서 15시 50분에 실시됐다면, 공예체험 또한 15시30분에서 15시 50분에 진행됐다. 언뜻 보기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체험자 입장에서 본다면 조금 다르다. 방문객들이 각 부스를 차례대로 방문해서 다른 부스를 다 마쳤다면 같은 방향에 있는 남은 부스는 한글체험과 공예체험이다. 만약 한글체험을 하러 갔다가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공예체험을 먼저 하고 싶은데 거기도 같은 시간에 체험을 시작하니 결국 한글체험, 공예체험 모두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한글체험(위)과 공예체험(아래) 시간표 모두 같은 시간대로 편성돼 있다.

한글체험이나 공예체험장안에는 빈 공간이 즐비한데도 밖에다 사람들을 줄을 세워 놓고 다음 시간대까지 기다리게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오후 1시에서 3시경에는 대기시간을 1시간으로 설정해서 체험하고픈 방문자들이 기다리다 못해 아쉬움을 달래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한글체험장과 공예체험장 모습

이에 더하여 쉴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지난 27일과 28일은 멕시코시티 오후 햇볕이 상당했다. 방문자들은 한글, 공예체험 혹은 케이팝 댄스대회를 기다리기 위해 쉴 공간, 그늘 진 곳이 필요했으나 마땅치 않아 부스 옆 나무그늘에 쉬기도 했고, 많은 방문객들은 정문 밖 그늘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마땅히 쉴 공간을 찾지 못해 나무그늘(위)나 정문 앞(아래) 그늘에서 쉬고 있다.

행사장 화장실 사용의 경우 방문자들은 코미테 올림피코 실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야외 공용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공용화장실을 여러 개 설치했지만 화장실 사용 인원수를 통제했다. 따라서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뜨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공용화장실 위생상태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화장실에서 나와 손을 씻으려는 사람들의 불편도 잇따랐다. 손을 씻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수돗가에 설치된 폐달을 발로 밟아야 하는데 아무리 밟아도 물이 나오지 않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방문한 시민들이 화장실을 가기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방문객들은 오로지 야외공용화장실만을 이용했다.
폐달(위)을 밟아야 물이 나오는 데 아무리 폐달을 밟아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전시회부터 콘서트, 화장실 사용까지 케이팝 팬들 혹은 방문객들은 코미테 올림피코의 건물 실내는 한 군데도 사용할 수 없었다.

이번 모꼬지 행사에서 가장 이상한 점은 한식문화체험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에 개최된 말레이시아와 우즈베키스탄 행사의 경우 한식문화체험이 있었다. 더군다나 말레이시아 행사는 ‘모꼬지 키친’이라는 이름으로 한식문화행사를 진행했다.

‘모꼬지 키친’ 언뜻 들으면 음식과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번 모꼬지 대한민국 멕시코 행사에서는 ‘모꼬지 키친’이라는 이름의 드라마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해당 부스를 방문해보면 한국음식은 전혀 소개되지 않고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의 대형사진들이 있어 오로지 사진촬영정도만 가능했다. 결국 같은 이름으로 한 곳에서는 음식문화를, 또다른 한 곳에선 드라마를 홍보한 셈이 됐다.

드라마 모꼬지 키친-모꼬지 코리아 멕시코 사진캡처

지난 16일 나야리트(Nayarit)주 자치대학교 한국학과의 행사에서도 한국음식문화 행사는 빠지지 않고 진행됐다. 더군다나 나야리트주는 한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김밥 만들기 체험 등의 한식행사를 잘 치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꼬지 대한민국 멕시코 행사는 행사장소에서부터 나름의 큰 의의가 있다. 이 행사는 1964년 일본 동경올림픽 이후 개최된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이 치뤄졌던 그 자리에서 한국의 인기가수들이 공연을 펼치며 한국 문화, 한국 상품 등을 그들에게 알리는 행사였다. 1968년의 한국은 이제 경제발전을 시작해야했던 가난한 시기였다. 올림픽개최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 시기 멕시코는 올림픽을 치뤘고 그로부터 20년뒤에 한국이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었다.

이제 한국은 선진국이 되어 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선진국 대한민국이 와서 치룬 행사라기에는 화장실 사용이나 운영상의 비효율성 등의 부실함이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더 많은 행사들을 치르러 한국에서 오거나 우리 멕시코 교민들이 행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문제를 발판삼아 좀 더 방문객들에게 세심한 배려가 있는 행사들이 개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