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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자의 한국세법 이야기–⑪

부과제척기간이란?

지난 9월엔 국세의 소멸시효에 대해 잠시 다룬 바 있었다. 국세 소멸시효는 고지가 된 세금에 대하여 압류 등 시효중단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 5년간 징수절차를 취하지 않는 경우 국세채권이 소멸되는 것을 말한다. 즉 체납된 상태에서 국세청이 압류 등의 아무런 채권확보절차를 하지 않는 경우 5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세기본법 제27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에 의하면 5억원 이상의 국세는 소멸시효가 10년이고, 그 이외의 국세는 5년이다.

실생활에서 소멸시효와 혼동되는 개념이 부과제척기간이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두 개념의 차이를 쉽게 정하자면 고지 후와 고지 전으로 나누면 된다. 소멸시효는 고지 후의 상황으로 이해하면 되고 부과제척기간은 고지 전의 상황으로 이해하면 좀 쉽다.

국세청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과세정보와 자료 등을 수집하여 세금을 부과한다. 이것이 한국 국세청이든 멕시코 국세청이든 1차적으로 해야 할 주업무이다. 그러나 정해진 기간이 있다. 그것을 우리는 부과제척기간이라고 부른다.

국세기본법 제26조의 2에 의하면, 부과제척기간은 일반적인 경우에는 5년, 무신고는 7년, 역외거래의 일반적인 경우는 7년, 그에 대한 무신고는 10년이다. 여기에 부정한 방법 등으로 조세를 포탈한 경우는 10년, 역외거래상의 부정한 방법 등의 조세포탈은 15년이다.

재산과 관련된 상속세 및 증여세는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경우는 10년, 부정한 방법 등으로 조세포탈한 경우는 15년이 적용된다.

여기서 말하는 일반적인 경우는 국세신고는 했지만 매출이 일부 혹은 전부 누락되거나 매입이나 비용이 과다하여 세액이 누락된 경우 등으로 보면 된다. 부정한 방법 등은 이러한 세금누락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등으로 인한 사유를 말한다.

그렇다면 그 기간은 알겠는데, 부과제척기간은 언제 시작하는가. 신고납부의무가 있는 세목들은 법정신고 기간이 지나야 원칙적으로 정부가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국세부과제척기간을 계산할 때 그 기산일은 법정신고기한의 다음 날이다. 극히 일부분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세가 이에 속한다. 예를 들면 한국의 종합소득세 법정신고기한은 매년 5월 31일까지인데, 그 기산일은 6월 1일이 되는 것이다.

아래와 같이 특별한 경우에는 일반적인 제척기간이 지났더라도 그 사유가 발생했거나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기산하여 1년 내에는 과세할 수 있다.

납세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포탈하는 경우로서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상기 내용에도 불구하고 당해 재산의 상속 또는 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 제3자의 명의로 되어 있는 피상속인 또는 증여자의 재산을 상속인 또는 수증자가 취득한 경우

– 계약에 의하여 피상속인이 취득할 재산이 계약이행기간 중에 상속이 개시됨으로써 등기·등록 또는 명의개서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상속인이 취득한 경우

– 국외에 있는 상속재산이나 증여재산을 상속인 또는 수증자가 취득한 경우

– 등기·등록 또는 명의개서가 필요하지 아니한 유가증권·서화·골동품 등 상속 또는 증여재산을 상속인이나 수증자가 취득한 경우

– 수증자의 명의로 되어 있는 증여자의 금융자산을 수증자가 보유하고 있거나 사용·수익한 경우

– 비거주자인 피상속인의 국내재산을 상속인이 취득한 경우

–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에 해당하는 경우

그리고 조세불복 및 쟁송의 결과로 인하여 새로운 사실이 확정되는 경우다.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감사원법에 의한 심사청구 또는 행정소송의 결과 그 결정 또는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기산하여 1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당해 결정 또는 판결에 따라 경정결정을 하거나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

또한 5년(무신고의 경우 7년)을 초과하여 이월결손금 공제를 받는 경우 해당 결손금이 발생한 과세기간의 소득세 또는 법인세는 이월결손금을 공제한 과세기간의 법정신고기한으로부터 1년간 국세의 부과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부과제척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과세자료에 대해서는 세무서는 반드시 고지를 해야한다. 부과제척기간이 다가오는 자료들은 무신고이거나 상기 설명했던 일반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신고기간이 맞물리는 5월, 7월, 1월에는 모든 업무를 제쳐두고라도 이 고지 업무가 우선이다. 부과제척기간이 지나면 조세일실로 보아 훗날 감사기간에 징계를 받거나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만약 금액이 크다면 관리자들에게 책임이 전가되므로 관리자들 또한 부과제척기간 만료자료에 더욱 신경을 쓴다. 일단 그들에게는 고지만 되면 안심이다.

결국 부과제척기간 임박자료들은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고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과를 해도 납세자 불복 등의 조세쟁송에서 부과가 취소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세액이 백만원이상이면 과세예고통지를 하고 한 달후 고지서를 송달해야 하는데 과세예고통지절차를 무시하거나 과세예고통지와 고지서를 동시에 송달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해서는 안 되는 방법이다.

조세심판원에서는 부과세척기간 임박자료에 대해 철퇴를 가하기 시작했다. 조세 심판례 (조심 2022서7132)를 살펴보면, 과세자료 생성 5년 뒤 고지서를 송달한 것은 장기간 과세권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납세자의 과세전적부심청구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심판부는 처분청이 실제 고지가 지연된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 과세권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납세자의 과세전적부심사청구권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그 부과하는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즉, 앞으로는 과세관청이 과세자료 생성 후 5년 혹은 7년후에 고지를 하기 위해서는 실제 고지가 지연된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물론 과세관청에서도 할 말은 있다. 그러나 내부적 문제일 뿐이다. 보통 이런 경우는 세무서에서 전임 담당자들이 일처리를 안 한 경우가 태반이다. 후임들이 뒤늦게 업무를 맡고 확인하니 부과제척기간 임박자료가 보여 빨리 처리한 것이다. 업무의 책임은 후임담당자가 떠맡게 된다.

부과제척기간을 늘리기 위해 사실관계들을 잘 분석해서 부정한 방법 등의 세금탈루로 보고 과세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근 판례 등을 보면 부정한 방법 등의 세금탈루는 과세관청에서 입증해야 하는데 그 입증이 쉽지 않으므로 번번히 패소한다. 따라서 납세자들이 이런 경우로 고지를 받았다면 불복으로 이 문제를 따져볼만 하다.

과세관청에 불리한 경우를 주로 지적했지만, 거꾸로 납세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신고납부를 했다고 해도 5년 동안은 그것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염두해둬야 한다. 간혹 이런 말을 하는 납세자들이 있다. “나는 신고납부 다했는데 왜 또 세금을 내야하나” 그러나 5년안에 세금이 잘못되면 국세청은 과세할 수 있고, 고의과실을 따지지 않는다. ‘몰랐다’는 통하지 않는다. 경찰서가 아니다.

과세관청과 다투려면 문제된 사안에서 그 사실관계와 관련 세법으로만 따져야 한다. 그래서 세무서와의 분쟁이 발생한다면 세무전문가나 세무대리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필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