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DLatestNews글로벌뉴스

월북병사 킹 이병, 미국으로 송환

미국 “킹 이병 송환, 외교 돌파구 안 될 것…귀환 대가 제공 안 해”

미 전문가들, “킹 이병, 군사 법정에서 중죄에 대한 책임 면하기 어려워”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트래비스 킹 이병의 귀환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재개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지난 27일 정례브리핑에서 킹 이병 귀환의 외교적 의미와 북한의 의도와 관련한 질문에 “북한 측의 동기를 추측하고 싶지 않고, 이번 사안을 외교 관계에 대한 일종의 돌파구를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고 28일 미국 관영매체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대변인은 이어 “물론 우리는 그를 인계 받은 것을 기쁘게 여긴다”며 “우리는 스웨덴 정부가 킹 이병의 미국 귀환을 돕기 위해 미국의 이익보호국으로서 노력한 점에 매우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밀러 대변인은 미국 정부의 거듭된 접촉 시도에 대한 북한의 부정적 반응을 상기시켰다.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를 환영하지만 그들이 이를 항상 거부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트래비스 킹 이병이 국경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갔을 때도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들은 우리의 직접적인 접근을 거부했다”며 북한은 스웨덴과만 대화했고 스웨덴이 이를 미국에 전달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이 이송 협상을 도왔다”면서 “이것이 (북한과의 외교에 대한) 돌파구의 신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밀러 대변인은 일축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27일 월북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킹 이병은 지난 7월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중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했다. 그러나 약 70일 만인 이날 북한의 추방 결정에 따라 미국으로 신병이 인계된 것이라고 VOA는 전했다.

밀러 대변인은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가 중국 단둥으로 이송된 킹 이병의 신병을 인계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킹 이병은 국무부 전용기로 중국 선양을 거쳐 한국의 오산 미 공군 기지로 옮겨졌으며, 다시 오산에서 미국 국방부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고 말하면서 스웨덴 정부와 더불어 중국 정부에도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은 중재자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며 “대신 그들의 역할은 경유지를 제공하고, 통행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었고 우리는 이에 매우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항상 중국이 북한과 관련된 여러 사안에서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 고위관리도 이날 익명을 전제로 한 전화 브리핑에서 중국이 킹 이병 이송 과정에만 관여했음을 분명히 했다고 미국 보이스오브아메리카는 보도했다.

이 관리는 관련 질문에 “킹 이병은 중국 당국자와 북한 국경을 넘었고, 중국은 통행을 용이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면서 “중국은 이번 사안에서 그 외 다른 중재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킹 이병의 송환을 대가로 북한에 양보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은 간단하다”며 “어떤 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의 초점은 킹 이병의 건강과 더불어 그가 가족과 재회하기 전 모든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는 킹 이병 송환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성명에서 “미국 관리들이 북한으로부터 트래비스 킹 이병을 인계받았다”며 “킹 이병의 안녕을 염려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관계 부처들의 헌신과 스웨덴과 중국 정부의 도움에도 감사한다”고 밝혔다.

보이스오브아메리카는 전직 미국 관리들의 발언들을 인용해 북한이 전격적으로 무단 월북 미군 병사를 추방한 것은 억류 시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월북 미군이 송환되면 군사 법정에서 중죄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거나 북한과 직접 협상을 해 본 전직 관리들은 북한의 전격적인 무단 월북 미군 추방 조치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지난 27일 VOA에 “북한의 전격 추방 조치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는 과거 북한이 다른 미국인 억류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보여왔던 대응 방식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킹 전 특사는 과거 북한은 미국인들을 외교적 협상의 지렛대로 삼거나 금전을 비롯한 어떤 이득을 취하기 위해 없는 죄를 만들어서라도 억류하려 노력해왔으며, 한번 억류하면 최대한 장기간 붙잡고 있으려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킹 이병이 스스로 무단 입국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한 입장에서는 장기간 억류할 이유가 충분하다면서 북한이 상대적으로 조기에 추방을 결정한 것은 그가 북한에 도움이 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병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해석했다.

과거 북한과의 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도 “북한은 킹 이병을 계속 구금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어떤 이득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지난 8월 킹 이병의 월북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놓은 성명에서 “그가 미군 내 인종차별을 겪어 반감을 품고 월북했다”고 주장함으로써 킹 이병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선전 가치는 다 뽑아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킹 이병이 고급 정보에 접근 권한이 없는 사병 출신이라는 점과 이미 미군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월북했다는 점에서 “그를 계속 억류해서 얻는 가치보다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북한 스스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과거 북한과의 핵 협상에 나섰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이 같은 관점에서 킹 이병의 조기 석방의 이유를 찾았다.

세이모어 조정관은 미국은 킹 이병의 석방 조건 협상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아무런 대가 없이 그를 석방하기로 결정하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러시아, 중국과 더욱 밀착하면서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킹 이병의 귀환을 대가로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했다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측면에서 킹 이병의 송환이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나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관여에 기여할 여지도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