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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르드는 이제 어디로?

여론조사, 당적 옮겨 출마할 경우 더 불리하게 나타나

셰인바움 등 모레나 경쟁후보들, “에브라르드, 우리와 함께 할 것 기대”

클라우디아 세인바움(Claudia Sheinbaum)전 멕시코시티 시장이 대선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마르셀로 에브라르드(Marcelo Ebrard)전 외무장관의 거취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말로 국가재생운동이라고 불리는 모레나(Morena)는 그가 민주혁명당(PRD)을 탈당한 후 입당한 정당으로 2012년 이 당시 그의 경쟁자는 다름 아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Andrés Manuel López Obrador)현 멕시코 대통령이었다.

지난 6일 모레나가 여론조사 결과를 집계할 무렵 에브라르드 전 후보는 당내 경선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그와 그의 선거캠프는 경선개표 등의 어떠한 경선 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의 광경은 과거 제도혁명당(PRI)을 닮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멕시코 주요 언론사 엘파이스(El país) 기사에 따르면, 에브라르드는 비공개 회의에서 마리오 델가도(Mario Delgado)가 이끄는 당 지도부와의 불화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하는 지도부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에브라르드 전 장관은 이어 모레나 당 지도부가 자신의 팀이 공식 개표가 진행되는 건물에 들어가는 것을 “강제로 막았다”고 비난했고, 경찰이 자신의 측근인 말루 미체르(Malú Micher) 상원의원을 구타했다고 비난했다.

마리오 델가도 당 대표는 마르셀로 에브라르드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멕시코시티 시장에 재직할 때 멕시코시티 재무부장관을 지낸 후 교육부 장관을 맡으며 정치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자신의 협력자인 줄 알았던 델가도에게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며 강하게 비난했다.

에브라르드 전 후보는 상원의원 자리나 다른 어떤 직책을 제안해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 지도부가 이번 여론 조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며, 델가도와 당이  여론 조사를 실시하면서 저지른 실수와 오류를 인정하고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말을 그만두었다면 더 깨끗한 과정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카르도 몬레알(Ricardo Monreal)상원의원과 아단 아우구스토 로페스(Adán Augusto López)전 내무주 장관 등 일부 여당 후보들은 에브라르드에게 연락해 앞으로도 함께 하자고 공개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그 후 지난 7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모레나 대선후보도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전 장관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전하면서 “나는 그에게 모레나의 문이 열려 있고 그가 원할 때 언제든지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마르셀로로부터 어떠한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회사 폴리그라마(Poligrama)는 시민들에게 마르셀로 에브라르드의 거취에 대해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 참가자 중의 55.9 %가 모레나에 머물러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44.1%는 모레나를 탈당하여 다른 정당으로 가야한다고 답하여 모레나 잔류가 11.8%p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야당에서도 모레나의 경선결과를 비판했다. 마르코 코르테스(Marko Cortes) 국민행동당(PAN)대표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을 임명한 이유는 그가 계속해서 권력의 배후에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그의 X계정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코르테스 당대표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가 결정된 것은 대통령이 차기후보를 지명하는 ‘데다소(Dedazo)’라고 표현하며, 이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멕시코 국민들은 이미 소치틀(Xóchitl)후보를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르테스 대표는 이어 “마침내 공적자원으로 전용 광고판, 버스, 트럭, 잡지, 신문 등에 돈을 낭비하는 일은 끝났다”며,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배후에서 권력을 유지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셰인바움을 임명한 것이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르코 코르테스는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권력을 세습 시키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제 그는 왕관을 쓰고 신하들 앞에서 코르촐라타에게 지휘봉을 넘겨주는 또 다른 쇼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이러한 부끄러운 장면을 연출하지 말고 그의 정부는 재앙 그 자체이기 때문에 정권이 교체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번지자 AMLO 대통령도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설득작업에 동참했다. 지난 7일 안드레스 마누엘 대통령은 대통령궁 아침기자회견에서 에브라르드 전 후보에게 침착함과 모레나와 함께할 것을 촉구했다. 대통령이 이어 “이제는 마르셀로가 무엇을 결정할지 기다려야 한다”면서 “여론조사 회사는 참가자들이 제안한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63세인 에브라르드는 1980년대 초 제도혁명당(PRI)에서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40년이 넘는 정치 경력 동안 그는 로페스 오브라도르와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AMLO가 마침내 대통령이 되자 에브라르드는 외무장관을 맡았고, 3달 전 대선 캠페인에 참여하기로 결정할 때까지 그와 함께했다.

외무장관직을 수행하는 동안 그는 이주민 관리나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구매와 같이 자신의 업무는 아니지만 대통령이 맡기고 싶어하는 업무를 도맡아 하면서 대선의 꿈을 다시 한번 키워 나갔다.

지난 25~26일 멕시코 언론사 엘피난시에로(El Financiero)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에브라르드가 시민운동으로 당적을 옮길 경우 셰인바움 42%, 갈베스 36%, 에브라르드는 13%를 얻어 3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시민운동으로 당적을 옮겨 출마한다고 해도 오히려 불리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