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 ‘건강 악화’ 아웅산 수치 외부 의료진 치료 거부
현재 수치 전 고문 가택연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미얀마 군사정부가 수감 중인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의 외부 의료진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미국 관영매체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는 미얀마 민주진영인 국민통합정부(NUG)의 소식을 인용하면서 올해 78세인 수치 전 고문이 “잇몸이 붓고, 음식을 잘 먹지 못하며 구토를 동반한 어지러움 증상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수치 전 고문을 진료하기 위한 외부 의료진을 요청했지만 군정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NUG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에 “국제사회가 수치 전 고문을 포함한 모든 정치적 억류자들의 건강 관리와 안전을 위해 군정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정은 수치 전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한 지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며 이듬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이후 군부 통치를 반대하는 세력들에 대한 탄압이 자행됐으며, 이로 인해 수천 명이 투옥되거나 사망했다.
그러나 현재 미얀마 군부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아웅 산 수치(78) 전 국가고문을 가택연금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공영매체 BBC의 지난 7월 28일자 보도에서 지난 24일(현지시간) 수도 네피도의 정부 건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당초 수치 전 고문은 부패와 선거부정 등 혐의로 총 33년 형을 선고받았고, 지난달 군부의 사면으로 형량이 27년으로 줄었으나 현재는 가택연금 상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 2년여간 수치 고문의 신변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한편 수치 고문의 가택 연금 전환과 관련해 비록 미얀마 군부가 이를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전환됐다면 이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를 석방하라는 강한 요구에 군이 반응했다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앞서 수치 고문이 투병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군은 이를 부인했다. 이번 주 초 수치 전 고문이 지내던 네피도 교도소의 한 소식통은 BBC에 수치 전 고문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알렸다.
지난 달 태국 외무장관은 수치 전 고문을 직접 만났다고 밝히면서도, 더 이상의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BBC는 군부가 수치 고문과 티 쿤 미얏 하원의장 간 만남을 주선했다고 보도했으나, 군은 이 둘이 만난 적 없다며 부인했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제 사회가 군부에 제재를 가했으나, 폭력 사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한편, 수치 고문은 자신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인권 단체들 또한 나서 수치 고문에 대한 재판이 엉터리라며 비난하고 있다.
미얀마 독립 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이기도 한 수치 고문은 과거 군사 독재에 대항하는 민주화 운동 지도자로 부상한 인물이다. 이후 ‘민주주의민족동맹(NLD)’당을 공동 설립했으나, 1989년 군부에 의해 가택 연금에 처해지게 된다. 이후 수치 고문은 국제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이끄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된다. 2010년 마침내 가택 연금에서 풀려났을 때도 미얀마는 물론 전 세계가 이를 축하했다.
그러나 이후 수치 고문은 자신의 정당이 정권을 잡은 기간 미얀마 당국이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며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집단학살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미얀마 당국을 옹호하며 비판받았다.
로힝야족은 이슬람교도 소수민족으로, 이들 중 거의 100만 명이 최근 몇 년간 미얀마를 떠나 이웃나라 방글라데시에서 난민으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