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달 중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예정
러시아, 북러 연합 군사훈련 가능성 시사
미 안보 전문가들, 북중러가 연합할 경우 한미일 연대가 더욱 공고하게 될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할 계획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의 CNN, 뉴욕타임즈(NYT) 등 미 언론들은 지난 4일 두 정상이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공급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그 대가로 인공위성과 핵 추진 잠수함에 관한 첨단기술 제공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회담 장소는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가 될 가능성이 크며, 모스크바에서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날 북러 간 연합훈련 개최가 논의되고 있다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쇼이구 장관은 양국의 연합훈련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관련 논의가 “물론”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지난 7월 한국전쟁 종전 70주년을 맞아 북한을 방문했던 쇼이구 장관은 당시 김 위원장에게 중국과의 3국 해상훈련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애드리언 왓슨 미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무기협상 논의를 진전시키기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CNN이 이같이 보도했다.
CNN에 의하면 왓슨 대변인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회담이 언제 어디서 열릴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주 미국 관리들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전쟁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와 무기거래협상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왓슨 대변인은 러시아 쇼이구 장관의 이번 북한 방문은 “북한이 러시아에 포병 탄약을 판매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협상을 끝내고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인 약속을 할 것”을 촉구했다.
쇼이구 방문 이후 또 다른 러시아 관리 그룹이 후속 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고 미국 국가 안보위원회 전략소통 비서관 존 커비가 지난주 밝혔다. 푸틴과 김정은은 또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하는 서한을 교환했다고 존 커비는 덧붙였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기간 동안 러시아는 이란과 북한의 지원을 받았는데,이란은 드론과 포병을 보냈고 지난해 말 북한은 대전차로켓을 제공했다.
또한 중국 국영 방위 회사들이 기술과 장비를 보냈지만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나 치명적인 군사 지원을 제공했다는 징후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각국이 러시아의 전쟁수행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러시아가 받고 있거나 지원받을 계획에 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기밀 해제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은 북한이 바그너 군이 사용하기 위한 대전차로켓을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커비 비서관은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여러 종류 및 상당한 수량의 탄약을 받게 될 것이며, 러시아 군은 이를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계획이며, 러시아의 방위 산업을 지원할 원자재 공급도 포함될 수 있다”면서 미국이 위 거래에 연루된 모든 단체를 제재하기 위해 직접 조치를 취할 것이므로 북한에 러시아와의 무기거래 협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 중국, 러시아의 연합훈련 가능성에 대해 북한의 열악한 군사력이 변수라면서도 역내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한미일 연대를 더욱 공고히 만들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고 미국의 관영언론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가 지난 5일 보도했다.
로버트 수퍼 전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는 북중러 3국 간 연합훈련 가능성에 대해 특별히 새로운 진전은 아니며 훈련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퍼 전 부차관보는 4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비공식적인 동맹’이라며, 연합훈련은 그들의 연대를 보여주고 서방에 대항할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같은 진전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우리가 맞서야 할 연합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또 다른 징후라고 수퍼 전 부차관보는 덧붙였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중러 연합훈련에 북한을 추가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연합훈련은 분명히 실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6월 러시아와 중국은 연합 공중 전략 순찰 훈련에 나선 데 이어 7월에는 연합 해상 훈련을 벌인 바 있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한 북한과 중국이 그들만의 3국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다소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중러가 연합훈련을 실시하면 한미일 또한 위협 대응 차원에서 연대를 강화할 것인 만큼 갈등과 대치 구도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러시아가 북한에 제안한 북중러 연합훈련은 새로운 한미일 안보 체제를 ‘모방’한 것으로 현실화해도 큰 의미는 없을 것으로 봤는데, 북한의 역량을 고려하면 정교한 훈련이 실시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나라와 공동 훈련을 해본 적 없는 북한에 중국, 러시아와의 연합훈련은 새로운 경험이며, 훈련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적 자원을 제공해도 북한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일 것이라고 맥스웰 부대표는 지적했다. 특히 북한은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재래식 무기 역량이 약화된 점도 북중러 연합훈련의 걸림돌로 꼽았다.
하지만 베넷 선임연구원은 “각국은 연합훈련을 통해 군사 기술과 무기 시스템, 훈련 절차 등을 습득하게 된다”며 북한은 이런 훈련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기술 습득과 역량 증진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북중러 연합훈련의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이런 움직임은 한미일 3국의 준비 태세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중러 간 긴밀한 협력관계는 어려움을 증폭시키고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를 복잡하게 할 것이라며 “우리 모두 안전벨트를 조이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며 동맹과 협력 관계를 강력하고 긴밀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스웰 부대표는 중국, 러시아, 북한의 반응은 한미일 역량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 것으로 미국의 3각 안보 동맹과 같은 수준에 서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가 선명해지면서 신냉전 시대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한국과 미국, 일본의 전쟁 억제력이 유지되고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