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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자의 한국세법 이야기–⑦

멕시코 초보 사업자 된 전직 한국 세무공무원 SAT 방문기 2

<한국의 사업자등록에 대해>

필자가 RFC를 받기 위해 멕시코 세무서에 가서 RFC를 받았다면, 하고자 하는 일은 끝난 것이다. 그런데 뭔가 찜찜한 것은 무엇일까?

한국에서는 RFC와 비교될 수 있는 것이 사업자등록번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RFC와 100% 같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멕시코 국세청은 이 RFC(Registro Federal de Contribuyentes) 번호로 개인이든 법인이든 모든 납세자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멕시코의 CURP하고 비교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로 납세자들을 관리한다. 그러나 법인이나 부가가치세 개인사업자의 경우는 사업자등록번호로 납세자를 관리한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개인이 살고 있는 주소를 제시해야 하는 것처럼 사업을 영위장소를 밝히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것이 자가인지, 임대인지의 여부도 중요하기 때문에 사업자등록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임대차계약서가 필수다. 자가여부 확인을 위해서 등기부등본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요즘 국세청 전산으로 자가여부는 확인 가능하다. 왜냐하면 장려금 신청이력 등이 남아있으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사업자등록 문제가 민원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 필자가 겪은 일을 소개해보면, 지금으로부터 약 15년전 이야기이다. 당시 필자는 3개월차 된 초임이었는데 어떤 노인 분께서 본인이 세를 준 집에 사업자를 등록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업자 등록을 직권으로 말소하고 사업자등록증을 회수해 달라는 민원이었다.

대한민국은 자유경제활동이 보장된 나라이다. 사무실을 임대해서 사업을 하든, 집에서 사업을 하든 실제로 사업을 하고 있다면 세무서에서 사업자 등록을 안 받아줄 이유가 없다. 세무서에서는 ‘사업자등록신청’을 받아줘서 세금만 잘 받으면 되는 것이지 사업자에게 사업을 하라, 하지마라고 허가를 내주는 개념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초임시절에 경험한 것은 임대인의 동의도 없이 집에 사업자를 내놓고 거기에 사업자등록만 되어 있는 상태에서 실제 사업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사업자등록은 일반적으로 세무서 민원실에서 받아주어 사업자등록번호와 등록증을 즉시 발급하게 되어 있지만 필자가 윗부분에 예로 제시한 경우나 사업자 명의인과 등록신청인이 다른 경우, 전대인 경우 등은 민원실에서 해당 담당과인 부가가치세나 법인세과에서 실제 사업여부를 확인하고 사업자등록을 하게끔 되어 있다.

이에 대한 최대 처리기간은 3일이며, 3일이 지나도 처리되지 않을 시에는 세무서에서는 자동적으로 사업자번호가 발급되며, 이는 세무공무원의 감사 징계사유이기도 하다. 실제 사업여부는 세무서 담당직원이 직접 사업장에 나가서 현장확인을 한다.

임대한 사업장이 집인 경우나 전대로 사업자를 내는 경우는 원래 임대인이 동의를 해줬는지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세무서에서는 임대인의 동의서를 요구하거나 세무서 직원이 직접 이를 확인해서 임대인이 동의를 했고 모든 실제 사업여부가 확인되면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한다. 10여년 전쯤 만해도 집에서 사업을 한다면 세무서에서는 무조건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담당과에서 사업자등록 현장확인을 하게 했지만 요즘은 통신판매업이 활성화됐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사업을 하고 있음이 확인되면 사업자등록을 받아주는 추세이다.

멕시코에서 옥소(Oxxo)나 세븐 일레븐 등과 같은 편의점들은 식품이나 휴지 등의 생활필수품을 취급하지만 멕시코시티 변두리만 나가도 분명히 우리가 생각하는 슈퍼마켓임에도 슈퍼마켓에서 핸드백을 팔거나 완구 등 다른 물품을 팔고 있는 것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는 같은 장소에서 슈퍼마켓을 하면서 킥복싱 도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슈퍼마켓에서 완구를 팔거나 다른 물건 등을 파는 경우는 우리나라 80~90년대도 있었다. 특히 학교 앞 슈퍼는 흔히 말하는 불량식품도 팔았지만 조립식 완구들도 함께 팔리곤 했었다. 당시에는 사업자등록 개념이나 업종구분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다르다. 이제 동네에 가면, 80~90년대에 슈퍼마켓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편의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식품이나 기타 생활필수품만을 취급한다. 완구를 판매한 것은 본적이 없다. 한국에서 사업자를 내기 위해서는 이런 업종구분이 명확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 세무서 민원실에서는 어떤 업종을 영위할 건지 질문한다. 한국은 업종구분에 따라 업종코드를 부여하는데 이는 1년뒤에 해야 할 종합소득세 신고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업종에 따라 단순경비율 사업자, 기준 경비율 사업자, 복식부기 사업자 등으로 나뉜다.

모든 사업자들이 자기가 발생시킨 수익비용을 모두 정확하게 신고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모든 사업자가 세무전문가가 아니고 세무사를 쓸 수도 없기 때문에 세법에서는 일정부분의 경비율을 적용하여 세금을 계산하도록 되어 있다. 당연히 단순경비율 사업자가 기준경비율 사업자보다 경비율을 더 많이 적용 받아서 세금을 적게 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국은 자유경제활동이 보장된 나라다. 개인 혹은 법인이 여러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일 사업장에서 다른 사업자등록 번호를 받을 수 없고 업종이 다른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사업장 별로 구분이 명확하게 되어 있어야 한다. 이 또한 한국 세무서에서는 사업장 현장확인 사항이 된다. 상기의 예를 가지고 설명한다면, 만약 동일건물에서 슈퍼마켓과 킥복싱 체육관을 운영한다고 할 때, 사업장을 별도 구분하여 다른 사업자번호를 발급받아야 한다. 한국의 경우 체육관 운영은 면세사업자에 속하기 때문에 과세사업자인 슈퍼마켓과는 동일 사업자가 될 수 없다. 물론, 사업의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이기 때문에 사업을 영위하는 입장에서도 사업장을 당연히 별도 구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한국은 카드결제가 상당히 일반화됐고, 멕시코에서도 카드결제는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리고 한국 국세청은 현금영수증제도 또한 운영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 제도 시행 초기 다른 나라에서도 이 제도를 수입하고 있다고 엄청 자랑했지만 지금은 어떤 나라가 운영하고 있는지 잘 확인이 되지 않는다.

멕시코는 카드결제를 위해 메르카도 파고(Mercado Pago)나 클립 등의 단말기(?)(Terminal)를 구입해서 사용하면 바로 결제 가능하나 한국에서는 카드발행 의무가맹점이라고 해서 가맹을 위해서는 사업자등록번호는 필수다. 요즘은 거의 모든 사업자가 의무가맹점이라고 보면 된다.

카드단말기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카드결제나 현금영수증 발행이 가능하다. 만약 사업자가 카드결제를 받아주지 않거나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는다면, 민원인들은 바로 세무서에 전화해서 불만을 토로한다. 더욱이 요즘은 세파라치라고 해서 현금영수증 발행이 취약한 사업자들에게 몰래카메라를 가지고 찾아가 현금영수증을 요구하여 발행이 안되면 녹화된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여 세무서에 신고한다. 그러면 현금영수증 미발급 금액 혹은 거부금액에 따라 최대 50만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멕시코에서 초보 자영업자가 된 한국 전직 세무공무원이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은 ‘한국은 정~말 규제가 많다’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