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숨져
바그너 무장반란 일으킨 지 61일만
일부에서 지대공 미사일 격추설 제기,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어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3일(현지시간)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고 러시아 연방항공운송국이 밝혔다. 해당 항공기 탑승객 10명 전원이 모두 사망했고, 이들 중 프리고진도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3일 바그너 무장반란을 일으킨 지 61일 만에 비극적 죽음을 맞은 셈이다.
러시아 연방 항공사 로사비아시아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탑승한 비행기는 브라질제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전용기로 모스크바 북서쪽의 트베르 지역 쿠켄키노 마을 근처에 추락했다. 러시아 비상 상황부는 추락한 비행기의 희생자를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에는 비행기가 지면에 부딪히는 장면이나 불타는 항공기의 잔해가 담긴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지만, AFP는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러시아 응급 구조대는 비행기 추락 현장에서 시신 8구를 수습했으나 공식 통신사 리아 노포스티에 따르면 구조대는 쿠젠키노 마을 근처에서 발견된 시신들의 신원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시신은 완전히 탄 상태이기 때문에 신원을 확인하려면 DNA 검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다양한 동영상들이 유포되고 있다. 아직까지 그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한 동영상에서는 항공기가 일부 시골 주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 추락한 후 큰 폭발음이 들리기도 했다.
친 러시아 정부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VChK-OGPU에 따르면 프리고진과 그의 오른팔인 드미트리 우트킨 바그너 그룹 초대 사령관이 이번 사고로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이 역시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또한 바그너 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또 다른 텔레그램 채널인 그레이존은 러시아 방공군이 프리고진의 비행기를 격추했다고 보도했지만, 이 또한 공식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사고 발생지역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사이에 위치하며, 모스크바에서 20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탑승자 10명 중 3명은 승무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발생했을 무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재 소련군과 나치군 간의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 중 하나였던 쿠르스크 전투 80주년을 맞아 국경 지역인 쿠르스크에서 열리는 공식 기념식에 참석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새벽 추락 현장에 있었던 한 로이터 기자는 여러 명의 남성이 들것에 시신을 옮기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비행기의 파란색과 흰색 꼬리 부분과 다른 파편들은 숲이 우거진 곳 근처에 바닥에 떨어져 있었으며, 법의학 조사관들은 텐트를 치고 조명 장비를 설치했고 일부 유골은 미완성 건물로 보이는 곳 근처에 놓여 있었다.
사고가 발행한 쿠젠키노 마을에 거주하는 비탈리 스테페녹(72세)씨는 로이터 통신에 “폭발음과 쾅하는 소리가 들렸고, 보통 땅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메아리가 들리는데, 그냥 쾅하는 소리만 났고 고개를 들어보니 하얀 연기가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날개가 부러지면서 한 방향으로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었고 급강하가 아니라 활공으로 지상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스테페녹은 이어 “나는 그곳에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약 2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는데, 모든 것이 불타고 있었고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으며, 그들은 사람들을 비행기에서 꺼냈다”고 덧붙였다.
아나톨리라고 이름을 밝힌 또 다른 마을 주민은 “천둥소리가 아니라 쇠소리가 났다”면서 “전에도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고 당시 목격상황을 전달했다.
러시아 수사관들은 범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익명의 소식통은 러시아 언론에 “비행기가 하나 이상의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고 말했으나, 아직까지 확인된 바는 없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예브게니 프리고진 비행기 추락 사고에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았던 적은 많지 않았지만 답을 알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가족은 네바다와 캘리포니아 사이에 위치한 타호 호수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으며, 인터뷰 당시 필라테스 수업을 듣고 있었다.
62세의 프리고진은 두 달 전 크렘린궁에 대한 군사 반란을 일으켜 러시아 남부의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인 로스토프나도누까지 점령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그는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그의 용병들을 철수시키고 기지를 구소련 공화국 영토로 옮기기로 합의했다.
프리고진 반란 이후 공식적으로 모습을 내비친 것은 지난 21일이 마지막으로 동영상에 등장해 “모든 대륙에서 러시아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아프리카로 돌아갔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