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에서 미국과 북미 통합 논의를 하겠다는 AMLO
지난 15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멕시코 대통령은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날 아침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전달했는데, “우리는 아시아 및 태평양 국가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APEC 의장국 지위로서 나를 초대했고, 우리는 15일부터 17일까지 양자회담을 하면서 북미통합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MLO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하겠다는 사실에 잠깐 놀랐지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므로 AMLO는 이번에도 역시나 아메리카 대륙안에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우리는 더욱 놀라운 사실을 마주하게 됐다. APEC 회의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아시아 및 태평양 경제 협력체로서 환태평양 국가들의 정치적·경제적 결합을 돈독하게 하고자 만든 국제 기구이다. 이 기구에서 AMLO 대통령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통해 북미통합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여기에 더하여 “역내 모든 국가의 통합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에 쿠바를 포함한 모든 국가가 이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며 “우리가 제안하는 것은 북미시장과 경제 활동을 통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 전체의 통합을 추구한다”고 발언하기까지 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이 하겠다면 다른 나라들이 꾹 참고 입다무는 것이 국제정치라지만 아직까지 AMLO 대통령 발언에 대해 미 백악관은 별다른 말은 없었고, 환태평양 국가들의 정치, 경제적 결합을 도모하는 APEC 자리에서 북미통합을 미국 대통령과 논의하겠다는 AMLO를 향해 혹은 멕시코를 향해 국제사회는 어떤 시선을 보낼 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APEC이 어떤 회의인지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우며, 당시 기자회견장의 멕시코 기자들은 이에 대한 질문이 왜 없었는지 한탄스럽기까지 하다.
AMLO 대통령의 북미통합에 대한 발언은 지난 9일 기자회견때도 있었다. 멕시코의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신흥 강국 그룹) 가입문제에 대해서 멕시코 대통령은 브릭스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목표는 미국 및 캐나다와의 무역조약을 강화하고, 지역을 통합하여 세 나라의 투자, 기술, 인력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로써 우리는 AMLO 대통령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지난 7월에 있었던 한멕 FTA 포럼에서 여당 하원의원이 주최한 자리임에도 관련부처 장관들이 참석하지 않은 점, 브릭스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점, 북미통합을 우선시하겠다는 점을 비추어 보면 본인 정권하에서 바다건너 멀리 있는 국가들과 교류보다는 아메리카 대륙의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당한 좌파 신념이 가득차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국제정치를, 국민을 위한 정치를 실리와 실용을 따지지 않고 신념으로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멕시코는 지난 15일 비 FTA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 등의 일부 제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해 3월 이후 한국과 FTA 체결에 대한 의지도 없는 AMLO 정부의 행태에 우리 정부와 기업 모두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