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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자의 한국세법 이야기–⑥

멕시코 초보 사업자 된 전직 한국 세무공무원 SAT 방문기 1

이번에는 약간 한 템포 쉬어 가는 의미로 전직 한국 세무 공무원이었던 필자가 멕시코에서 초보 사업자가 되어 멕시코 국세청(SAT)을 방문하여 느낀 점들을 담담하게 서술해보고자 한다. 한국의 세무서와 비교설명 함으로써 어떤 점이 다르고 한국에서 사업자 등록을 할 때 한국 국세청은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는 지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SAT을 국세청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맞지만 한국 세무서와 비교하기 위해 편의상 멕시코 세무서라고 표현하겠다.

벌써 몇 개월 전 일이다. 필자는 당연히 외국인이기에 멕시코에서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RFC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멕시코 세무서를 방문하게 됐다.

방문하기 전에 시타(Cita, 예약)를 잡아야 한다고 해서 멕시코시티내 세무서를 인터넷으로 확인해봤는데… 컴퓨터 화면에 뜨는 멕시코시티 세무서는 멕시코시티에 단 7개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은 서울을 예로 들면 구에는 하나씩 존재한다. 멕시코시티 인구가 서울보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멕시코시티내 알칼디아(Alcaldía)에 최소 하나씩은 존재할 줄 알았던 내 예상은 빗나갔다. 한국에서 세무공무원 생활을 했던 필자는 편견에 사로잡힌 생각으로 ‘아무리 시타를 잡아봐야 역시나 오래 기다리겠구만…바로 그 날 안 나오겠네?’라며 탄식했다.

서울만을 예로 들었지만 한국의 세무서 직원들은 야근에 그것도 모자라 주말근무도 해야 한다. 과중한 업무의 원인이 부족한 세무서라고 하여 지금도 증설계획을 계속 세우고 있는데 멕시코시티내에만 존재하는 세무서가 7개라면 대체 이들의 업무량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멕시코 세무서의 다른 업무는 잘 모르겠지만, RFC를 받으러 가는 데 있어서는 시타를 잡을 때 관할세무서 개념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한국의 경우도 사업자 등록을 하러 갈 때, 지금은 가까운 세무서를 방문해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한국세무서는 관할 개념이 있어서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자 번호를 받으면 <000-00-00000> 이런 형식의 번호를 받는데, 가장 앞에 세자리는 세무서 번호가 들어간다.

어쨌든 멕시코 초보 사업자 필자는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세무서에 시타를 잡고 아내와 함께 해당 세무서를 방문했다. 집 가까운 세무서라지만 7개중의 한 곳인데 그곳이 가까운지는 모르겠다.

역시나 시타를 잡아도 멕시코의 다른 공공기관도 그렇듯 건물 밖에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해외에서 겪은 흔히 있는 일이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나의 차례가 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사람이 많이 와서 줄을 서는 것일 수 있는데 그보다는 건물 밖에서 들어가는 인원을 통제하다 보니 줄이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20~30분 기다리는 것은 보통인데, 한국 같으면 이렇게 기다리다 간 민란이 일어난다.

밖에서 기다리면서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필요서류를 모두 가져왔는지 확인했다. 이에 대한 확인이 끝나고 문 앞에서 기다릴 무렵 청원경찰로 보이는 사람이 질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여기서 또 한 번 전직 세무공무원 초보사업자는 놀라게 된다. 어떨 때는 이들이 가방검사도 하더라!! 정말 한국 세무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멕시코 세무서는 직원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민원인들도 큰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퍼붓는 등의 경우를 볼 수 없었고, 아무리 기다려도 모두들 통제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움직였다.

한국 세무서는 큰소리, 욕설 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세무서에서 칼부림 사건까지 났었다. 당연히 범죄율은 아직까지 한국이 낮지만 공공기관내 민원충돌 발생건수를 멕시코와 비교해보면 멕시코가 훨씬 낮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멕시코 세무서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그런데 또 한 번 놀란 사실… 외국인 초보사업자이기에 계속 놀라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멕시코 세무서라고 들어갔는데 한국으로 치면 건물 한 층에 민원실만 있는 것이다. 그리고 들어간 그 민원실에는 한국의 민원실 직원 숫자 보다 많은 공무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 그래서 7개만 있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의 세무서는 민원실이외에도 각 세목별로 부가가치세과, 소득세과, 법인세과 등이 따로 분류돼 있어서 한 건물 전체를 사용하거나 다른 건물을 임대해서 들어간다고 해도 몇 개 층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제 들어가서 앉아있는 공무원에게 서류를 보여주니 또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한다. 안내해준 곳으로 갔더니만 공무원이 접수를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용 컴퓨터들이  배치돼 있는 곳에서 RFC 신청을 하라는 것이다. 멕시코의 홈택스 같은 화면에서 신청을 해야 한단다. 아니 이럴 거면 집에서 해도 되는 거 아닌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보통은 집에서 신청하면 RFC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근데 필자는 외국인이므로…

다른 방문 민원인들도 거기에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었으며, 어려움이 있을 시 질문을 하면 공무원들이 지나다니면서 도와주곤 했었다. 아내의 도움으로 신청이 끝났다. 다시 담당 공무원이 처리를 해줘야 한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서 관련서류를 내고 그 앞에 앉았다.

담당 공무원이 여직원이었는데, 한국인이냐면서 자기도 한국인 친구가 있다고 말하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 아는 바를 이것저것 우리에게 얘기해줬다. 필자는 속으로 ‘말하지 않고 좀 빨리 해주지’라고 되뇌이기도 했다.

만약 한국에서 공무원이 이렇게 말했다면, 필자가 되뇌인 부분을 입밖으로 끄집어 내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본인이 맞고 무슨 사업을 하는 지 중요한 부분은 물어본 것 같았다. 그리고 끝났단다. RFC를 받았다. 나름 오래 기다렸는데, 이게 끝인가 싶었다. 무언가 찜찜한데…

<다음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