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 국민당 승리…그러나 정부구성에는 난항 겪을 듯

지난 23일 스페인 우파정당인 국민당(PP)이 승리했다. 하원 전체 의석 350석 가운데 136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집권당인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노동당(PSOE)은이번에 122석을 차지하여 총선에서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국민당은 2019년 총선보다 47석을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과반의석 확보는 실패했다. 스페인 하원의 과반은 최소 176석인데, 국민당의 연정 파트너로 점쳐지는 극우 성향의 복스(Vox)도 33석을 얻는 데 그쳤다. 15개 좌파 정당이 연합한 수마르(Sumar)는 31석을 얻었다.

따라서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대표가 이끄는 국민당이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과반인 176석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정부구성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사회노동당 분위기 또한 나쁘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

스페인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는 다당제 국가이기 때문에 절대 과반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다른 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여야 하는데 연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거의 그물망 같은 협정이 필요하다. 각 정당의 지도자들은 연정을 구체화하기 위해 각료와 부총리직을 제안하는 협상을 벌이고, 각 정당은 의석 수를 협상력으로 삼아 때로는 강압적으로 새 행정부 내에서 권력을 장악한다.

국민당이 136석을 차지했고 33석을 얻은 극우정당 복스와 연합해도 169석에 그치기 때문에 정부구성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국민당은 복스와 힘을 합치기 어려울 것이라 관측이 더 높다. 지난 날 스페인 독재자 프랑코가 추진했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을 뿐더러 복스는 극우의 약진을 우려하는 반프랑코 정서에 힘이 실려 지난 2019년 보다 19석이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당이 복스와 손을 잡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현재 집권여당인 산체스에게도 기회가 열리게 되는 셈이다. 사회노동당 122석에 좌파 31석을 더하여 산술식으로 계산하면 정부구성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산체스총리는 페이조 대표보다 협상할 정당이 더 많다는 게 스페인 정가의 분석이다.

스페인과 같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정부를 구성하려는 사람은 누구든 의회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 1차 투표에서 절대 과반수를 얻어야 하고, 48시간 후 2차 투표에서 단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총리직을 맡게 된다. 페이조와 산체스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두 후보 모두 반대보다 찬성표를 더 많이 얻지 못하면 국왕이 이를 나서서 조정하여 1차 투표로부터 2개월의 연장 기간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실패하면 의회가 해산되고 12월에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