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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멕 FTA는 AMLO 임기안에 체결 가능할까? 그럼 다음 정권에서는?

대한민국과 멕시코 정부는 지난 2000년 5월 양국 간 투자보장협정 체결과 FTA 협상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공동 연구 및 전문가그룹 회의 등을 거쳐 2007년과 2008년에 FTA 협상을 진행했다. 2008년 이후 협상이 중단됐지만, 2016년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멕시코를 방문하여 협상이 재개되는 듯 했으나, 그 또한 결실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3월 다시 재개됐지만 지금까지 더 이상의 진전도 없이 협상은 중단된 상태이다.  

협상의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우리는 2023년을 보내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 한국이 멕시코와 FTA를 체결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한국경제가 새로운 활력을 찾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IRA법 통과 등으로 인하여 무역장벽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각국은 니어쇼어링 전략으로 멕시코에 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고,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디커플링, 디리스킹 전략을 취함으로써 새로운 투자국으로서 멕시코의 가치는 드높아지고 있다. 또한 한국의 계속되는 무역적자를 해결할 교역국으로서 멕시코는 한국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멕시코 정책집행자들의 의지와 실행능력을 보면 한멕 FTA 체결 가능성은 비관적이다. 지난 2022년 1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멕시코 수교 60주년을 맞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멕시코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넘어 주된 경제파트너가 되도록 1년안에 FTA를 체결하자”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AMLO 대통령은 FTA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과 멕시코는 우호와 연대 그리고 상호 존중에 기반한 양국 공동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거대한 시대적 도전에 맞서 한국과 멕시코 국민을 위한 더 나은 미래지향적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말만 전했다.

한멕 FTA 추진을 위해서는 AMLO대통령의 대외정책에 대한 시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전 호화논란에 휘말렸던 대통령 전용기를 매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는 해외순방시 일반 항공기의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 본인이 해외방문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 전용기를 매각하고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것인지 이코노미석이 불편해서 해외방문을 거의 안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AMLO는 멕시코 역대 대통령 중에서 해외방문을 제일 안 한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그는 임기 6년차가 되가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카 대륙을 한 번도 벗어나본 적이 없다. 국가 간의 교역이 활발한 이 시기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국정상들을 만나면서 자국의 이익을 반영하는데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활동이 거의 없다는 것은 정부수반인 대통령이 대외정책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신자유주의는 무역장벽을 낮추는 것을 그 기조로 한다. FTA 또한 신자유주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도 지난 날 미국과 FTA를 체결하려 할 때 주로 좌파운동가들쪽에서 신자유주의에 의한 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자영업은 더욱 몰락할 것이며 국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상당한 반대에 부딪혔다. AMLO 대통령은 그가 하는 연설에서 ‘신자유주의’는 부정적인 뜻으로 많이 사용했다. 그는 제도혁명당(PRI)을 비롯한 지난 정권들은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부패한 정권이라고 지금까지도 비판하고 있다. 그가 했던 연설들로 미루어 본다면, 신자유주의의 일환인 FTA는 좋은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 3월이후로 한멕 FTA 협상이 중단됐지만 우리는 이를 진전시킬 수 있는 행사를 접하게 됐다. 지난 12일 세실리아 마르케스(Cecilia Márquez) 모레나 연방하원의원이 한-멕시코 FTA 포럼을 개최했다. 한-멕시코 친선그룹 대표이기도 한 그녀는 이 회의를 통하여 한국과 멕시코의 경제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초대해 FTA 체결시 파급되는 경제효과 등을 논의하게 함으로써 FTA의 중요성을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FTA가 체결된다면 한국의 공산품과 멕시코의 농산품이 주 교역 대상이 되어 양국에게 큰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아보카도의 경우 미초아칸(Michoacán)아보카도 뿐만 아니라 다른 주들의 아보카도들도 한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되어 멕시코 농가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설명한 호세 루이스 살리나스(José Luis Salinas)회장에게는 FTA가 체결되면 본인 사업이 더욱 번창하게 될 것이므로 경제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FTA를 통해 멕시코 제조업계가 어느 정도 피해가 있을지는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살리나스 회장의 뛰어난 언변덕으로 아보카도가 한국에 많이 수입될 것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포럼을 통해 현 멕시코 정부, 멕시코 정권이 한멕 FTA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히 대답을 줬다고 보여진다. 멕시코시티 시장, 멕시코 외무장관, 멕시코 경제장관은 포럼에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 FTA의 협상 담당자이자 실질 정책 결정권자들이 초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약속이라도 한 듯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AMLO 대통령은 대외정책에 소극적이고, 신자유주의 사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그와 관련된 FTA 체결은 당연히 부정적인 시선을 견지할 수밖에 없다. 그 정권에서 실무를 책임지는 외무장관과 경제장관은 FTA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그들이 불출석 함으로써 AMLO 정권내에서는 FTA 체결이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멕시코 국민의 72.4%가 6년 단임제임에도 불구하고 AMLO의 연임을 바라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외정책에 소극적이고, 신자유주의를 배격해도 국민의 72.4%가 그를 원하고 있다면 멕시코 철강, 석유화학 등 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FTA를 체결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내년에 대선이기 때문에 반대여론이 있을 수 있는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정권은 덮고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 정권이후의 체결될 가능성은 어떤가. AMLO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굳건하고 모레나 지지율 또한 떨어지지 않고 있어 차기 대통령은 좌파 정당인 모레나에서 나올 것으로 모두가 예상하고 있다. 만약 대통령에게 레임덕이 왔었다면, 모레나의 코르촐라타(Corcholata)들도 대통령과 정책적인 면에서 선을 긋고 한국과의 FTA체결을 공약으로 내세우겠지만 지금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요즘 길거리를 가면 모레나 대선후보들은 홍보사진으로 현 대통령과 함께 있는 사진들을 제시한다. 심지어 동맹당인 녹색당과 노동당에서도 AMLO와 함께 있는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모두들 자신이 AMLO 정책의 계승자임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즉, AMLO에게는 레임덕도 없다.

그나마 한국을 잘 알고 있는 마르셀로 에브라르드(Marcelo Ebrard)후보가 외무장관 시절 한국과의 FTA 체결하겠다고 했지만 공약사항에는 보이지 않고 있으며, BTS를 데려오겠다는 공약만 내놓아 언론에 화제만 불러 일으켰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는 2위를 계속 달리고 있다는 것이고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다음정권에도 한멕 FTA가 체결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멕시코 정치상황을 보지 않은 채 한-멕 FTA 포럼이 개최된 것, 혹은 영향력 있는 멕시코 정치인들의 발언 등만 가지고 한-멕 FTA 체결가능성을 낙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