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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촐라타? 타파도? 데다소? 그럼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여당 모레나(Morena)의 경선레이스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모레나 4명의 후보와 선거연합을 이루는 녹색당과 노동당 경선후보들이 모두 결정됐고, 셰인바움 후보는 19일부터 전국투어를 실시할 예정이다. 경선시즌이다 보니 멕시코 신문지상을 보면 ‘코르촐라타(Corcholata)’라는 용어를 많이 접하게 된다.

일단 이 단어를 쉽게 생각한다면 대선후보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코르촐라타는 코르크와 캔이 병용되는 단어로, 병의 금속 마개를 뜻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청량음료나 맥주 등의 병을 닫을 때 사용하는 안쪽을 코르크로 덮은 작은 주석 뚜껑”으로 정의되어 있다. 따라서 요즘 멕시코의 코르촐라타라는 단어는 병음료에 뚜껑을 따듯 무엇인가 혹은 누군가를 개봉하는 말을 뜻한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2021년 7월 2024년 대통령 승계를 언급하며 “나는 코르촐라타를 좋아하는 사람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르촐라타는 국민의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을 시작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사람을 ‘타파도’에서 ‘코르촐라타’로 바뀌게 된 것이다.

멕시코에서는 재임 중인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하는 전통인 데다소(Dedazo)가 있었으며, 대통령이 ‘타파도(tapado)’를 열어 공개할 때까지 이 인물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기도 했었다. 제도혁명당(PRI)에서 경선만 치르면 대통령에 당선되던 시절, 대통령 후보자들은 현 대통령이 후계자 지명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렸다고 해서 ‘타파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 시절에는 경선에서 당선돼도 대통령이 다른 사람을 지명하면 그 사람이 대선후보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타파도 혹은 데다소는 상당히 권위주의적인 개념이다. 대통령이 지명할 때까지 경선후보들은 노심초사하면서 기다려야 했고, 현직 대통령에게 잘 보여야만 했다. 그에 비하면 코르촐라타는 상당히 열려있고, 민주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경선후보들을 공개하고 경쟁을 치르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좀 더 공개되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비교하여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을 위 개념에 비추어 보도록 하겠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경우 이기붕을 2인자로 지정했기 때문에 다음 대통령 데다소로 이기붕을 지정했다고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을 개정하여 종신 대통령을 하기로 했다가 4.19로 국민의 심판을 받고 현직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윤보선 대통령과 훗날 최규하 대통령은 쿠데타 이전에 잠시 있었던 대통령으로 타파도 데다소, 코르촐라타 개념을 적용하기에는 어렵다.

5.16으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는 당시 여론이 후임자는 김종필이라는 여론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2인자를 허락하지 않았고, 아랫사람들에게 충성경쟁을 시켜 본인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했고, 종신 집권을 꿈꾸다 결국 김재규 중정부장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5공 정부로 들어와서 전두환 또한 스스로 권력을 쟁취한 케이스로 볼 수 있고, 여기서는 타파도와 데다소 개념이 들어온다. 전두환 대통령은 본인의 임기를 7년으로 정해놓고 시작했기 때문에 후임자를 반드시 찾아야 했는데, 초반에는 대통령 후보군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데다소를 받기 위해 경쟁을 벌이다가 결국 노태우로 데다소를 받게 됐다. 이 때 까지만 해도 6.29선언 이전이었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이 대선후보를 지명만 하면 간선제로 대통령이 될 것으로 생각되던 시절이었다.

그렇다면 당시 야당들의 경우를 살펴본다면, 80년대 들어오면서 야당에는 이른바 3김시대가 시작된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이 세사람들이 막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당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세사람은 이미 코르촐라타로 나와 있는 상태였다.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 자신을 지명해줬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백담사로 보내버림으로써 전두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여소야대 정국을 벗어나기 위해 김영삼, 김종필과 3당 합당을 하면서 김영삼에게 문민정부 수립을 약속하고 3당합당을 성사시켰다. 합당때부터 김영삼을 데다소 한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 이후부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등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선경쟁은 코르촐라타로 진행하게 된다. 3김시절처럼 강한 카리스마로 당을 장악한 정치인도 없고 현직 대통령들 또한 표면상으로는 대선경선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의 코르촐라타 경쟁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노무현과 이인제의 경선레이스 일 것이다. 지지율 3%에 머물던 노무현 후보가 당 경선을 이겨내고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모습은 드라마틱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타파도 혹은 데다소에서 코르촐라타로 바뀌는 것은 그 만큼 대통령 선출과정이 보다 공개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