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자의 한국세법 이야기–②
거주자 이야기
멕시코에서는 현재 13,000여명의 교민들이 살고 있다. 이중에는 시민권자, 영주권자, 사업비자 혹은 취업비자 등으로 다양한 거주형태로 멕시코에서 정착하며, 이민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는 멕시코에서 정착해서 살고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는 한국인이다 보니 한국과는 뗄레야 뗄 수 없고, 또한 한국과 연계된 일로 경제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한국의 세법을 알아야 한다. 필자도 예전 업무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에서 살면서 한국과의 가장 중요한 세법이슈 중의 하나를 꼽는다면, 거주자, 비거주자 문제일 것이다. 거주자, 비거주자에 대한 명확한 지식이 있어야만 한국에서 부과하는 세금에 대해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한국 거주자는 한국에서 발생한 소득과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신고하고 납부해야 하며 거주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재미없고 딱딱하겠지만 법조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조문의 문구를 명확하게 알아야 억울한 일들을 피해갈 수 있다.
현행, 한국 소득세법 제1조의 2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居所)를 둔 개인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에 주소와 거소에 대해 명시되어 있는데, 주소는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 및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정하고 거소는 주소지 외의 장소 중 상당기간에 걸쳐 거주하는 장소로서 주소와 같이 밀접한 일반적 생활관계가 형성되지 아니한 장소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계속하여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나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그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계속하여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는 세법은 국내에 주소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183일이상, 주로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 경제활동 장소이다. 183일이면 6개월정도를 의미할 수 있지만, 한국은 날짜수인 183일로 기억해야 한다. 물론 개월수로 거주기간을 정한 나라들도 있지만 한국은 반드시 일수로 계산해야 한다.
또한,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는 곳과 주요 경제활동 장소로 거주자, 비거주자임을 판단하기 때문에, 본인이 외국에 체류비자가 있다거나 영주권자 혹은 시민권자 이거나 한국의 주민등록번호가 말소 됐다거나 하는 등의 사항은 거주자 판단시 전혀 중요하지 않다. 결국 실질과세 원칙으로 과세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각국의 세법에 따라 동시에 거주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내가 멕시코에 살고 있는 한국인인데, 사업상 혹은 다른 이유로 한국과 멕시코에 동시에 체류함으로 해서 양국의 세법에 따라 거주자가 될 수 있다. 이럴 경우는 조세조약 등을 살펴서 거주자를 판단해야 하는데 당연히 한국의 국세청은 어떻게 해서든 한국 거주자로 판단해서 세금을 부과하려고 하기 때문에 불복절차나 소송 등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 2022년 국세청 과세전 적부심사에서 납세자 손을 들어준 사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한 납세자 A는 2003년부터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면서 가족과 함께 중국에서 계속해서 살고 있었는데, 국세청 통지관서는 한국 납세자임에도 불구하고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68억 정도를 고지하겠다고 납세자에게 통보했다.
납세자 A가 주장한 사항은, 본인에겐 배우자와 95년생 아들과 98년생 딸이 있는데 2003년에 중국에 이민을 온 후 초중고를 모두 중국에서 다녔다고 했다. A는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한국에 있었지만 한국에 체류한 일 수는 183일에 미치지 못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에 잠시 입국하려 했으나 중국의 입국제한으로 한국의 체류일 수가 늘었을 뿐이었다.
또한. A가 한국에 살았을 때 거주하였던 아파트는 2003년 5월 이후 임대하다가 2018년 6월 3억 9천만원에 양도하였고, 만약 청구인이 한국 거주자였다면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었으나, 청구인은 중국 거주자이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33백만원을 신고․납부했다.
또한, 중국 개인세법상 거주자는 경내에 주소를 두고 있거나 주소를 두고 있지 아니하나 1개 납세연도 내에 중국 경내에서 누적 183일(2018년까지는 1년)을 거주한 개인을 거주자로 보고 있어 A는 중국 거주자임을 주장했다.
이와 같이 양국에 거주자인 것이 동시에 걸려있는 경우 조세조약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과세전적부심의 판단근거를 보면, 한․중국 조세조약 제4조 제2항은 한 개인이 대한민국과 중국 모두의 거주자인 경우, ①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는 국가, ② 인적․경제적 관계가 더 밀접한 국가(중대한 이해관계 중심지), ③ 일상적 거소를 두고 있는 국가, ④ 국민의 순서로 거주지국을 판단하되, 위 기준에 의하여 거주지국을 정할 수 없을 때에는 ⑤ 상호합의를 통하여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항구적 주거’의 경우에 대하여 보면, A와 그의 가족들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정착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일시적 목적의 체류가 아닌 것으로 보아서 양구 모두 다 항구적 주거를 한 것으로 인정했다.
두 번째 판정기준인 ‘중대한 이해관계 중심지’의 경우, A의 중국에서의 경제활동이 상당기간 동안 지속된 것으로 보이는 반면, A가 국내에서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한 사실이 나타나지 않는 점, 중국에서 교민활동, 종교활동, 문화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점 등에 비추어 A의 중대한 이해관계 중심지가 우리나라라고 보기 보다는 중국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A가 중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한국에 투자해서 벌어들인 점이나 A의 자녀가 한국의 유학을 위해 아파트 구입을 한 것 등은 현행 세법상 한국의 거주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A는 자신이 한국의 비거주자로 판단하고 양도소득세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적용받지 않고 세금 3천 3백만원을 납부했다는 사실이다. 판단근거에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비거주자임을 알고 성실하게 세금신고 납부한 것도 판단에 참작이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국세청에서 근무했던 필자로서 이 사례를 설명해보자면, 이 사례는 과세전적부심사로서 고지전, 아직 납세자에게 고지가 되지 않았던 상황이다. 납세자에게 아직 채무발생이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A가 비거주자임을 주장하면서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포기하고 양도소득세를 냈기 때문에 국세청 통지관서에 손을 들어줬다면 양도소득세 3천 3백만원을 취소 및 환급해야 한다면 이것이 국세청 입장에서는 더욱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물론 양도소득세를 환급해주고 통지받은 68억을 고지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한국 거주자인지 중국 거주자인지 애매한 상황에서 양소소득세를 이미 자진납부했고 이 사례처럼 조세채권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국세청 입장에서는 납세자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더 높다.
그러면 우리는 중국과 관련된 사례보다는 멕시코에 살고 있기 떄문에 한-멕시코 조세조약을 살펴보도록 한다. 조세조약상 거주자를 판단하는 근거는 중국과의 조세조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각 나라의 조세조약들은 OECD 모델 조약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조세조약상 규정된 내용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한국 멕시코 조세조약도 역시 ①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는 국가, ② 인적․경제적 관계가 더 밀접한 국가(중대한 이해관계 중심지), ③ 일상적 거소를 두고 있는 국가, ④ 국민의 순서로 거주지국을 판단하되, 위 기준에 의하여 거주지국을 정할 수 없을 때에는 ⑤ 상호합의를 통하여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필자의 국세청 근무기간 중 반이상이 불복 및 소송업무였는데, 국세청과 이런 분쟁이 있었을시에는 최초심급인 과세전적부심이나, 이의신청, 이 둘을 거치지 않았다면 조세심판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왜냐하면 납세자가 승소하면 국세청은 이에 불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송은 다르다. 소송1심에서 납세자가 이기면 국세청은 항소할 수 있다. 처음에 지면 그만큼 시간적, 체력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계속 지속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