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D연재

심기자의 한국세법 이야기

1.현금증여 이야기

부모자식간 현금증여… 돈을 빌리는 것으로 해야 되나

부모자식간에도 반드시 객관적인 금전소비대차거래를 하여야 함

필자가 세무서에서 양도소득세, 상속세 및 증여세를 다뤘던 2009년만 해도 상속세, 증여세는 일부 부자들만이 내는 세금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배우자 상속공제의 경우 10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했기 때문에 상속세를 납부한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따라서 상속세 신고서를 검토할 필요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당시 업무량이 상당히 과중했던 필자의 입장으로서는 상속세 신고서를 만나면 상당히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 국세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7년 상속세 납부대상건수는 6,986건 이었으나, 2021년에는 12,749건으로 82%로 증가했으며, 증여세는 2017년 4만 6천 337건에서 2021년에는 27만 5천 592건으로 무려 8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나 각종 부동산 가격 등이 껑충 뛰어오르면서 더 이상 상속, 증여세는 일부 부자들만의 세금이 아니라 중산층 및 서민층까지도 납부대상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요즘 세무사들도 상속 및 증여세 관련상담건수가 상당이 늘어났다고 한다.

싱속세 및 증여세법 관련해서는 다양한 주제가 있겠지만, 오늘은 부모자식간의 현금증여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필자가 세무서에서 근무할 당시만 해도 부모자식간 증여재산공제액은 3천만원이었고, 지금은 5천만원으로 오른 상태지만, 공제 상향에 대한 여론이 높아 국회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이 현재 계류 중에 있다. 다음은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자별 증여재산공제액이다.

-배우자 : 6억원

-부모자식간 : 5천만원(미성년자 2천만원)

-기타친족 : 1천만원

-그외 : 없음

요즘 많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부모자식간의 증여이다. 한국의 경제상황을 보면 알 수 있듯, 청년실업,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금전적으로 많이 도와주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결혼하는 자녀들에게 아파트를 증여한다던가, 아파트를 살 금전적인 지원을 해준다던가 아니면 어려운 자식들에게 생활비를 보태주는 등의 모습들을 자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부동산 가격이 치솟은 상황에서 아파트, 집 등의 부동산을 자식들에게 증여한다면, 증여세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현금증여를 선호하기도 한다. 만약 자식에게 바로 계좌이체를 할 경우, 한국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거액의 자금이 오고 가는 상황이 포착된다면, 금융정보원은 국세청에 바로 통보하여 국세청은 이 자금흐름을 살펴보게 된다.

그렇다면 ATM기에서 인출해서 바로 현금으로 주는 경우는 어떨까. 이 또한 금융정보분석원이 국세청에 통보할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국세청 또한 자금흐름 추적이 가능하다.

각종 유투브, 미디어 등에서 생활비 명목으로 자식에게 지급한다면,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돈을 지급할 때 세무서에 소명하기 위해서 인터넷 자동이체시 메모를 해두라고 권한다. 이는 본인이 기억해내기 좋게 하기 위해서 메모를 해두는 것일 뿐 그런 메모들은 세무서에서 참고할 사항이지 세무서는 그 메모가 생활비 증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양의무자 상호간의 생활비ㆍ교육비가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현금을 필요시마다 지급하는 경우 증여세가 과세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어서, 생활비ㆍ교육비의 경우에도 토지ㆍ주택 등의 매입자금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세무서는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보고있다.

그래서 요즘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 부모자식간의 차용증을 통한 금전소비대차거래이다.

필자는 한국 국세경력 대부분이 납세자 불복심사, 소송업무였는데, 2012년으로 기억한다. 납세자 이의신청이었는데, 부자지간의 증여거래가 아니고, 금전소비대차거래라는 것이다. 차용증도 작성했었고, 이자지급된 사실까지 나타나 있었다. 당시의 필자도 부모자식간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렸다는 사실이 당시의 통념으로는 잘 납득이 되지 않아 “정말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빌리신 건가요”라고 다시 한 번 되묻기 까지 했다. 그러나 납세자가 제시한 증빙은 전혀 하자가 없었고, 당시 부과담당 직원 또한 과세에 대한 다른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상황이라 납세자의 금전거래는 증여거래가 아니라 금전소비대차거래이므로 해당 증여세는 취소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추후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증여세 거래가 취소됐다고 할지라도 세무서는 이자를 받은 아버지를 관할하는 세무서에 비영업대금이익이라는 명목으로 소득세 과세대상임을 통보하게 된다.

국세청은 기본적으로 부모자식 혹은 배우자, 친족 간의 금전거래는 증여거래로 본다. 증여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돈을 빌렸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차용증을 써서 금전소비대차거래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 거래가 상당히 객관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제3자와 금전소비대차거래를 했을 때보다 현저히 낮은 이자율로 차용증을 작성했다든지, 차용증을 작성하고 이자지급 사실이 전혀 없었다든지, 차입금의 상환기간이 한 30년 정도라든지, 차용증 작성날짜와 최초 현금지급일의 날짜가 상당한 차이가 있었는지 등의 경우가 발견된다면 국세청은 증여거래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낮은 이자율은 어느정도 인지 궁금해 할 수 있다. 은행이자율보다 낮은 것인지 아니면, 기준금리인지 등등… 이 부분은 법규정에 명시되어 있는데,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 4를 보면 ‘적정 이자율’라는 개념이 제시되어 있다. 무상대출이라면 대출금액에 이 적정이자율을 곱하고, 거래이자율이 적정이자율보다 낮다면 그 차이 만큼을 증여세로 과세한다는 것이다.

세법에서 말하는 적정이자율은 ‘4.6%’로 명시되어 있다. 그러면, 차용증에 이자율은 항상 4.6%여야만 하는가. 상증세법 제41조의 4에 의하면, ‘기준금액’이라는 개념 또한 등장한다. 세법에서 말하는 기준금액은 1천만원인데, 좀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적정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하여도 적정이자율과 거래이자율의 차이가 기준금액인 1천만원 보다 낮다면, 이는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적정이자율이 4.6%인데 4%로 대출해주고 두 이자율의 차이가 천 만원 미만이면 증여세 과세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 세법의 입장이다.

필자가 사례를 들어 설명했던 2012년 저 당시만 하더라도, 솔직히 말하면, 이자를 받는 아버지 관할 세무서에 비영업대금이익 소득세 과세대상을 통보했다고 할지라도 과세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일도 바쁘고 그 업무까지 신경 쓸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각종 유투브 등에서 ‘차용증, 차용증’을 하도 강조하다 보니 이것이 이슈가 되어 국세청에서도 금전소비대차거래로 인한 비영업대금 과세를 엄청 신경쓰는 모양새다. 일반적으로 이자소득은 15.4%의 분리과세이지만 금전소비대차거래를 통한 비영업대금과세는 25%로 세율이 상당히 높다. 지난 대선때도 한 대선후보가 자식에게 현금을 증여하고 차용증을 작성하여 자식의 증여세를 피했으나, 정작 본인은 비영업대금이익에 대한 소득세 신고를 누락하여 문제가 된 사실이 있었다. 

절세를 위하여 세금을 피하려면 당장의 세금을 피하는 일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다른 세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고, 세금은 늦게 내면 본인에게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 등을 통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